강선우 의원에게 공천 대가로 1억원을 전달한 의혹을 받는 김경 서울시의원이 지난해 12월 31일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5일에야 김 시의원에 대한 ‘입국 시 통보’ 조치를 신청했다. 이 때문에 강 의원을 비롯해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 대한 고발이 줄을 잇는 가운데 경찰의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 의원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김경 시의원이 귀국할 때 통보해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다. 김 시의원이 입국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법무부에 출국금지 조치를 요청하는 등 그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수 있다. 김 시의원은 서울청에 사건이 배정된 지난해 12월 31일 미국에 있는 자녀를 만난다는 이유로 출국했다고 한다.
경찰은 김 시의원이 수사 본격화에 대비해 도피성 출국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시의원이 빠른 시일 내에 귀국하겠다고 밝혀 왔다”며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으로써는 그가 귀국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시의원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때 공천을 받으려는 목적으로 강 의원 측에 1억원을 건네고, 강 의원은 당시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던 김 전 원내대표와 이와 관련해 상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시의원은 이후 민주당 강서구 서울시의원 후보로 단수 공천을 받았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이날 강 의원과 김 시의원을 공천 대가 금품수수를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이상욱 정의당 강서구위원장을 불러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이 위원장은 “강 의원에게 의원직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강서경찰서는 고발인 조사를 마치고 사건을 서울경찰청으로 넘길 예정이다.
━
김병기 ‘당내 탄원 묵살’ 의혹도 수사
경찰은 강 의원 사건을 비롯해 김병기 의원 관련 사건도 모두 서울경찰청에서 수사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동작경찰서가 김 전 원내대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주요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동작경찰서는 지난 2024년 국민의힘 ‘실세’ 의원을 통해 김병기 전 원내대표 부인 이모씨의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 유용 사건을 무마해달라는 청탁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동작경찰서는 당시 이씨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를 진행하다가 증거가 없다며 사건을 종결했다.
당시 동작경찰서장으로 고발 대상이 된 A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해당 국민의힘 의원의) 전화를 받거나 전달받은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함께 고발된 국민의힘 B의원도 “김 의원으로부터 경찰 수사 무마 청탁을 받은 적이 없다”며 “당시 김 의원과 조찬을 했다는 보도가 있는데, 내 일정표에는 당시 지역 주민과 식사한 것으로 적혀 있고 내 기억도 그렇다”고 했다.
서울경찰청은 또 동작경찰서가 김 전 원내대표의 ‘공천 대가 뇌물’ 수수 정황을 폭로하는 탄원서를 지난해 11월 확보해 놓고도 최근까지 수사에 진척이 없었다는 의혹을 직접 들여다보고 있다. 동작경찰서는 특히 김 전 원내대표의 당시 보좌관을 통해 “김 전 원내대표가 이재명 당시 당 대표에게 전달된 탄원서를 가로챘다”는 내용의 진술까지 확보했는데, 수사는 더 진행되지 않은 상태였다. 동작서 측은 “사실관계 확인을 하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동작구의원으로부터 탄원서를 처음 받아 당 대표 측에 전달한 이수진 전 민주당 의원에 대해 전날 오후 전화로 조사를 진행했다. 앞서 이 전 의원은 탄원서가 당 윤리감찰단에도 제출됐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사안이 묻혔다고 주장했다.
또 이날 시민단체 사법정의 바로세우기 시민행동(사세행)은 서울경찰청에 김 전 원내대표와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 6명을 뇌물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동작구의원 2명이 김 전 원내대표와 배우자에게 뇌물을 줬다가 돌려받았다는 주장이 담긴 탄원서가 당 대표 측에 제출됐는데도, 당이 이를 묵살했다는 의혹에 대한 고발이다. 사세행은 또 당시 상황을 인지하고도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으로 정청래 민주당 대표(당시 수석최고위원)를 경찰에 고발하고, 검찰에도 김 전 원내대표 등을 고발하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