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9년 만에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을 맞아 권력서열 24위 내 정치국위원 가운데 3명을 내세웠다. 경제 차르 허리펑(何立峰·71) 부총리,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관’ 왕이(王毅·73) 외교부장, 차기 상무위원 0순위 천지닝(陳吉寧·62) 상하이 당서기다.
" “중국은 21년간 한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였습니다. 이제 인공지능(AI)·제약·녹색산업 분야로 교역의 질을 바꿔야 합니다.” "
5일 오전 댜오위타이(釣魚臺) 14호각 팡화위안(芳華苑)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의 중국 측 대표로 참석한 허리펑 부총리는 한·중 교역의 질적 변화를 촉구했다. 허 부총리는 시진핑(習近平·73)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3기 중국의 경제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열린 당 20기 4중전회 폐막 직후 ‘실정에 맞는 새로운 품질의 생산력 발전’을 인민일보에 기고했다. 시 주석의 제시한 이른바 ‘신질(新質) 생산력’의 전도사로 오는 2030년까지 5개년 경제계획 수립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허 부총리의 참석으로 의전 수준을 놓고 평가가 엇갈린다. 지난 2017년 12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국빈 방중 당시 중국측 대표였던 장가오리(張高麗) 상무부총리와 비교해 서열 판단이 쉽지 않아서다. 당시 장 부총리는 4명의 부총리 중 서열 1위의 상무부총리였지만 직전에 열린 19차 당 대회에서 상무위원에서 은퇴했다. 엄밀히 말해 정치국원이 아니었다. 이에 달리 허 부총리는 현역 정치국원이자 딩쉐샹(丁薛祥·64) 상무부총리에 이은 서열 2위 부총리다. 문 대통령과 비교해 이 대통령 의전의 우열을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허 부총리는 지난해 카운터 파트인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제네바→런던→스톡홀름→마드리드→쿠알라룸푸르를 오가며 다섯 차례 관세 협상을 진두 지휘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허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협상팀을 ‘거친 협상가들(tough negotiators)’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허 부총리는 시진핑 사단의 하위 파벌 가운데 푸젠방(福建幇)의 좌장이다. 한국의 기획재정부 격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서 자신을 보좌했던 직계 쉬쿤린(許昆林·61)을 지난해 9월 동북의 요지인 랴오닝성 당서기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며 영향력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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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집외교’ 지휘 왕이 외교부장과 악수
이 대통령은 5일 인민대회당 북대청에서 왕이 외교부장과 악수했다. 왕 부장은 지난 2023년 친강(秦剛) 전 외교부장의 비정상적인 낙마로 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주임과 외교부장까지 겸임하며 시진핑 외교의 명실상부한 최고 집행자로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중국 외교를 ‘개집 외교(Doghouse Diplomacy)’라고 이름 붙였다. 잘못을 저지른 개가 주인의 눈 밖에 나 벌을 받듯이 상대를 괴롭히는 중국 특유의 거친 외교를 말한다.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발언에 세계는 또 다시 일본을 상대로 한 중국의 개집 외교를 목격했다. 군대를 동원한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체포에도 왕 부장이 나섰다. 4일 이샤크다르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과 ‘제7차 전략대화’ 자리에서 “어떤 나라도 국제 경찰 역할을 할 수 없으며, 어떤 나라도 국제 재판관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왕 부장은 지난해 12월 31일에는 조현 외교부 장관에게 ‘대만독립’ 반대를 압박했다. “한국은 역사와 인민에 책임지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며 “여기에는 대만 문제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수하는 것이 포함된다”며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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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위원 0순위 천지닝과 마지막 만찬
6일 이 대통령의 중국 마지막 만찬은 상하이에서 천지닝 당 서기가 맡는다. 지난 2024년 11월 중국을 찾은 리셴룽 싱가포르 선임장관은 천 서기와 회견 뒤 “다음 세대 중국 지도자와 새로운 관계를 맺고 싶다”고 말했다. 중국 정치에 밝은 리 장관이 천 서기를 차세대 지도자로 공인한 셈이다.
상하이 당 기관지 해방일보를 집계한 결과 천 서기는 지난 2024년 1년간 글로벌 정·재계 VIP 68명을 접견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 국가 수반급만 21명이었다. 2025년 한 해에도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 등 30여명의 외빈을 만나며 글로벌 인맥을 넓혔다.
천 서기는 지난 2013년 6월 박근혜 대통령의 국빈 방중 당시 칭화대 총장이었다. 당시 칭화대 당 서기였던 후허핑(胡和平) 현 중앙선전부 상무부부장과 함께 박 대통령을 영접했다.
천 서기는 허웨이둥(何衛東) 중국 중앙군사위원회(CMC) 부주석 실각으로 23명으로 줄어든 20기 정치국원 가운데 가장 어린 1964년생 4인방 중 대표 주자다. 리수레이(李書磊) 중앙선전부장, 장궈칭(張國淸) 부총리와 2027년 하반기 열릴 21차 당 대회에서 상무위원 여섯 자리를 놓고 경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