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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야 또 만나자"…한달음에 빈소 달려온 '60년벗' 조용필

중앙일보

2026.01.05 01:27 2026.01.05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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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故 안성기씨의 빈소에 마련된 고인의 영정사진. 생전 안성기 배우가 좋아했던 '기쁜 우리 젊은 날'의 포스터 사진이다. 사진공동취재단
" 성기야, 또 만나자. "

5일 배우 안성기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온 가수 조용필은 안성기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조용필은 경동중학교를 다니던 시절부터 안성기와 함께한 동창으로, 서로의 집을 오갈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사이로 알려졌다.

그는 취재진에 “(영정을 마주하니) 옛날 생각이 났다”며 “저 위에 가서라도 남은 연기생활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빈소엔 고인과 생전 인연을 맺어 온 영화인들과 배우 선·후배 등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5일 배우 故 안성기 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유니세프와 고인의 팬이 보낸 추모 판넬이 놓여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장례식장 앞에는 배우 임하룡·이병헌·전도연, 한상준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이수만 프로듀서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보낸 근조 화환이 늘어섰다. 이외에 이재명 대통령,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등도 근조 화환을 보냈다.

이날 배우 임하룡·박중훈·신현준·이정재와 가수 조용필, 방송인 박경림, 이준익·임권택 감독, 김홍신 소설가 등 생전 고인과 인연을 나눈 이들이 조문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도 빈소를 찾았다.
영화 '라디오 스타'의 주역들. 왼쪽부터 박중훈, 이준익 감독, 안성기. 사진 시네마서비스
고인과 ‘칠수와 만수’(1988), ‘투캅스’(1993),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라디오 스타’(2006) 등 네 편의 영화를 함께한 배우 박중훈은 떨리는 목소리로 심경을 밝혔다. 그는 “40년 간 선배님과 같이 영화를 찍은 것도 행운이지만, 배우로서 그런 분과 함께 있으면서 제가 좋은 영향을 받은 걸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고인의 ROTC 선배라고 밝힌 김홍신 소설가는 지난 2022년 고인과 함께 바티칸 베드로대성당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보러 갔던 기억을 꺼냈다. 그는 “‘우리가 건강하게 오래 살 거야, 그걸 믿자’ 이런 이야길 하며 좋아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이 걷다가도 사진을 찍자는 사람들이 다가오면 환하게 웃어주었다. 사진을 다 찍고 나면 몸을 다시 숙였던 그 모습을 잊을 수 없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장례는 고인이 이사장으로 있던 신영균예술문화재단과 한국영화배우협회 주관으로, 영화인장으로 5일간 치러진다. 신영균 배우, 이갑성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 배창호 감독 등이 장례위원회에 속해있다. 김두호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상임이사는 “유족에 따르면 고인의 마지막 모습은 잠을 자듯 굉장히 편안한 모습이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영정에 오른 사진은 장례위원장인 배창호 감독의 영화 ‘기쁜 우리 젊은 날’(1987)의 포스터 사진이다. 고인은 배창호 감독의 첫 연출작 ‘꼬방동네 사람들’(1982)부터 ‘철인들’(1983), ‘깊고 푸른 밤’(1985), ‘꿈’(1990), ‘흑수선’(2001) 등 여러 작품에 함께하며 인연을 맺어왔다.
안성기 배우와 많은 작품을 함께 한 배창호 감독. 중앙포토
배 감독은 이날 "우리 영화계를 위해서 할 일이 많은데 이렇게 일찍 떠나게 돼서 애석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함께 좋은 작품들을 할 수 있어서 든든했고, 감사했다. 그가 남긴 주옥같은 작품들을 관객분들과 함께 오래오래 기억하겠다"고도 했다.

임권택 감독도 빈소를 찾았다. 고인이 아역으로 나왔던 '십자매 선생'(1964)을 비롯해 '만다라'(1981), '태백산맥'(1994), '화장'(2014) 등을 함께 했다. 임 감독은 "좋은 사람이자 연기자로서 정말 충실했던 사람이다. 그렇게 살아내기 쉽지 않다"며 "현장에서 만나면 늘 편안하고, 연출자로서 연기자에 관해 가질 수 있는 불안한 것들이 조금도 없었던 훌륭한 배우였다"고 고인을 기렸다.

영화계 큰 별이 지자 문화계엔 슬픔이 흘러났다. 배철수·윤종신·이동진·한지일·변기수·황신혜·고경표 등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고인을 추모했다. '무사'(2001)에서 감독과 배우로 합을 맞췄던 김성수 감독은 "1990년 연출부로 처음 현장에서 뵈었는데, 함께 일하면서 진심으로 존경하게 됐다. 언제나 힘들게 일하는 어린 조수들을 따뜻하게 보살펴주셨다"고 추억했다. 고인에 대해서는 "한국 영화사에 가장 화려한 경력과 작품을 남긴 대배우였고, 그 누구보다 훌륭한 인격을 가진 '위대한 인간'"이라고 표현했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너무 빨리 떠나셔서 애통하다"며 안성기 배우를 "제가 아는 어떤 사람보다 선한 분이었고, 제가 아는 어떤 영화인보다 영화를 사랑했던 분"으로 기억했다. 명필름은 안성기 배우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 '그대 안의 블루'(1992), '부러진 화살'(2012), '화장'(2015)의 제작사다.
5일 배우 故 안성기 씨의 빈소가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 돼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안성기는 이날 오전 74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5일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30일 오후 자택에서 음식물을 먹다 목에 걸려 쓰러진 후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그러나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앞서 그는 혈액암으로 수년간 투병해왔다. 암투병 중 촬영한 영화 ‘카시오페아’ ‘한산: 용의 출현’ ‘탄생’ ‘노량: 죽음의 바다’(특별출연) 등 2022~2023년 개봉한 4편의 영화가 배우로서 마지막 활동이 됐다.

상주로는 배우자 오소영씨 등 가족들이 이름을 올렸다. 9일 오전 6시 영결미사가, 오전 7시 영결식이 서울성모병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장지는 양평 ‘별그리다’이다. 일반 조문객을 위한 공간은 5일 오후 5시부터 오후 6시, 6~8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영화센터에 마련된다.



최혜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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