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독일의 한 은행에서 개인금고 약 3000개를 털어간 범인들이 아직 잡히지 않았다. 이 와중에 전체 피해액이 1억 유로(1695억원)를 넘을 것이라는 추산도 나왔다.
6일(현지시간)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29일 사이 독일 북서부 겔젠키르헨의 슈파카세(저축은행) 지점에서 발생한 금고털이 피해자 일부는 50만 유로(8억5000만원) 이상을 금고에 보관하고 있었다고 신고했다.
사건 발생 직후 현지에서는 보험이 적용되는 금고당 1만300유로(1750만원)를 토대로 피해액을 대략 3000만 유로(508억원)로 계산했다. 하지만 보험 한도를 훨씬 넘는 돈을 넣어뒀다는 피해 진술이 잇따라 나오면서 전체 피해액 추정치도 갈수록 늘고 있다.
일간 빌트 등은 사건 이후 피해 진술을 근거로 털린 액수가 1억 유로를 넘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변호사 부르크하르트 베네켄은 대부분이 10만 유로(1억7000만원) 이상 잃었다며 전체 피해액이 3억 유로(5087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거액을 털린 피해자 대부분은 결혼 축의금을 보관했다고 진술했다.
지난 4일에는 도르트문트 기차역의 쓰레기통에서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자동차 번호판이 발견됐다. 범인들은 아우디 왜건 RS6와 메르세데스-벤츠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시탄을 탔는데, 둘 다 도난 차량에 위조 번호판을 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복면을 한 3인조가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하며 제보를 독려하고 있지만, 번호판 이외에 별다른 단서는 잡히지 않고 있다.
범행은 지난달 29일 오전 4시쯤 화재경보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당국에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이 토요일인 지난달 27일 은행에 침입해 이틀 넘게 머물며 금고 3250개의 대부분을 털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나갈 때는 무인정산기에서 주차요금을 내는 모습도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들은 지하주차장을 통해 건물에 침입한 뒤 드릴로 금고실 벽을 뚫고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SZ는 은행 건물 위층에 아파트가 있었으나 드릴 소리를 들은 사람은 없는 것 같다며 소음이 적은 수냉식 다이아몬드 드릴을 썼을 것으로 추정했다.
범인들이 침입한 시간으로 추정되는 27일 오전에도 화재경보가 울려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출동했으나,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경찰은 출동 당시 대응 조치가 적절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금고실에 침입·진동 감지 장치가 없었고, 화재경보에도 대응하지 않았다며 은행을 고소했다.
SZ는 2005∼2012년 주식 배당 세금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318억 유로를 빼돌린 일명 쿰엑스(cum-ex) 탈세 사건에 이어 독일 역사상 두 번째 큰 규모의 범죄라며 "이 사건에는 정상적인 점이 거의 없다"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