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2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라이더·대리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 이른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둘러싼 법·제도에 올해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주요 법안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노동계가 관련 법안에 처벌 조항 신설까지 요구하고 있어 현장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6일 정치권과 정부에 따르면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핵심으로 한 근로기준법(근기법) 개정안과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 제정안 등 2건의 법안이 올해 입법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달 27일 김주영·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이미 당정 협의를 거친 정부안이다. 이달 임시국회가 시작되면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해 이르면 오는 5월 노동절을 목표로 입법이 추진될 전망이다.
근로자 추정제는 현재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기존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집는 내용이다. 법이 통과되면 이들을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간주하고, 사용자가 ‘근로자가 아님’을 입증해야 한다. 근로자성에 대한 입증 책임이 사용자로 전환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면 최저임금, 주52시간제, 퇴직금, 주휴수당 등 각종 법정수당과 4대 보험 적용 등 엄격한 강행규정이 일괄 적용된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인사노무그룹장은 “입증 책임이 없으니 대부분의 특고 노동자가 본인을 근로자라고 전제한 뒤, 퇴직할 때 퇴직금 청구나 임금체불 등을 이유로 사용자를 신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도 특고 노동자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를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추진된다. 기본적인 휴가 보장과 모성 보호, 성희롱·괴롭힘 금지와 예방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사업자가 이를 위반하면 일하는 사람은 분쟁조정위원회(노동위원회에 설치)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법안에 처벌 규정이 빠졌다는 점을 들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측은 이날 “형사처벌 조항이 아예 없어 사용자들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법”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따라 향후 국회 심사 과정에서 규제가 한층 강화될 수 있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역시 사용자 측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법안이다.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역시 플랫폼 노사 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노란봉투법의 핵심 내용인 노동쟁의 대상 확대에 ‘근로자 지위’가 새롭게 포함되기 때문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사실상 특고 노동자들이 직접 고용이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라고 짚었다. 특고 노동자는 한국노동연구원이 2019년 166만 명으로 추산한 점을 고려하면, 현재는 최소 2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스페인에서도 배달원을 노동자로 고용하는 노동법 개혁을 단행하자 배달업체가 철수한 사례가 있다”며 “단기간에 밀어붙이는 건 오히려 시장 축소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민 그룹장은 “인터넷, 인공지능(AI) 등 기술 발전에 따라 다양한 사업 기회가 새로 생겨나고 있는데, 근로계약의 강제는 이런 사업 기회를 모조리 봉쇄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근로자를 늘릴 수 있을지 몰라도 일자리는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