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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반구는 미국 땅” 이젠 대놓고 SNS 올린 미 국무부

중앙일보

2026.01.06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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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권한대행(왼쪽)이 5일(현지시간) 국회에서 오빠인 호르헤 헤수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오른쪽)을 마주보고 임시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가운데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아들 마두로 게라 의원. [로이터=연합뉴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미국 법정에 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서반구에 대한 패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가운데 미국의 동맹국들조차 입장 정리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열린 긴급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 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 일부 중남미 국가들은 경계감을 드러냈지만 미국의 동맹국들은 다소 애매한 입장을 내놨다. 한국은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임기 종료로 공개 입장 표명을 해야 하는 부담을 일단 넘겼다.

이날 회의엔 안보리 15개 회원국과 베네수엘라 외에 쿠바·멕시코·브라질·칠레 등 서반구 국가들과 덴마크·이란 등 10여 개 국가가 발언권을 얻어 참석했다. 미국 정부를 가장 강하게 비판한 건 중국과 러시아였다. 쑨레이 주유엔 중국대사는 “미국의 일방적이고 불법적이며 강압적인 행위에 깊은 충격을 받았고,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관계에서의 평등한 지위, 내정불간섭, 국제분쟁의 평화적 해결, 무력 사용 금지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작전을 ‘범죄’라고 규정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한 공격은 무력 지배, 혼란과 무질서의 시대로의 회귀를 예고하는 전조가 됐다”며 “모든 국제법적 규범을 위반한 미국의 무력 침략 행위를 단호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작전의 목적은 베네수엘라의 자원에 대한 무제한적 통제 확립과 남미에서의 패권적 야망을 실현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쿠바, 콜롬비아 등이 미국을 비판했고 그린란드에 대한 위협을 받은 덴마크도 “국경의 불가침성은 국제법에 명시된 보편적이고 신성불가침의 원칙”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가 이날 SNS에 올린 “이곳은 우리의 서반구” 메시지. [사진 국무부 엑스 캡처]
반면 마이크 왈츠 주유엔 미국 대사는 “마두로는 베네수엘라의 선거제도를 조작해 불법적인 권력을 유지해왔다”며 “유엔이 불법 마약 테러리스트를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나 국가 원수와 동일한 대우를 하는 것은 터무니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왈츠 대사는 특히 “미국은 서반구가 미국의 적대국, 경쟁국, 라이벌들의 작전 기지로 이용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서반구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앞서 이날 미 국무부의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의 최상단 고정 게시물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이곳은 우리의 반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주목할 대목은 영국과 프랑스 등 미국의 동맹들도 온전히 미국의 편에 서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임스 카리우키 영국 차석대사는 “마두로의 집권은 사기였다는 점을 오래전부터 밝혀왔다”면서도 군사 작전을 옹호하거나 마두로 체포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제롬 보나퐁 프랑스 대사는 “미국의 군사 작전은 평화적 분쟁 해결과 무력 사용 금지 원칙에 반하고, 유엔의 기초를 약화시키며 국제 평화와 안보를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지난달까지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었던 한국은 임기 종료로 회의에 참석할 의무가 없었다. 5일 외교부가 발표한 성명엔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의사가 존중되는 가운데 민주주의가 회복되고 대화를 통해 현지 상황이 조속히 안정되기를 희망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담겼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제재안이 논의되더라도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이를 강제할 수단은 없다.





강태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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