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공천 비리 의혹과 관련한 경찰 수사가 시작 단계에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 1억원 전달 의혹의 당사자인 김경(강서구 1선거구) 서울시의원이 지난해 12월 31일 미국으로 출국했음에도 경찰은 이를 파악하지 못하다가 지난 5일에서야 법무부에 입국 시 통보를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시의원이 건넸다는 1억원을 놓고 강선우(강서갑) 의원이 김병기 민주당 전 원내대표와 대책을 논의한 녹취록이 공개된 것이 지난해 12월 29일이다. 이튿날 국민의힘 소속인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등이 이를 고발했고, 그 다음 날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사건이 배당됐다. 경찰이 “고발 접수 이후 휴일이 있었고 검찰과도 협의할 시간이 필요했다”고 하는 건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
이뿐이 아니다. 이미 제기돼 있던 민주당의 공천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경찰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김 전 원내대표의 전직 보좌진은 “전직 동작구의원들이 공천을 받기 위해 김 전 원내대표의 부인에게 돈을 전달했다가 되돌려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서울 동작경찰서에 제출했다. 여기에다 22대 총선을 앞둔 2023년 12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에게 전달하는 같은 내용의 탄원서도 첨부됐다. 하지만 동작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나아가 2024년 김 전 원내대표의 배우자가 동작구의원의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김 전 원내대표가 동작경찰서장과 통화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 정도면 이 사건을 경찰이 수사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김 전 원내대표가 경찰 출신인 국민의힘 친윤 의원에게 구명 로비를 했다는 의혹까지 꼬리를 문다. 더구나 2023년 12월의 탄원서는 당시 이재명 대표실의 김현지(현 대통령 비서실 제1부속실장) 보좌관에게 전달됐지만 후속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당사자인 김 전 원내대표 측에 흘러들어가 의혹이 유야무야됐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공천 비리는 단순한 개인 비리가 아니다. 선거의 공정성과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 사안이다. 이것이 과연 서울 강서구와 동작구에서만 벌어진 일이겠는가.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을 보면 당시 민주당 지도부가 제대로 대처한 것인지도 규명할 필요가 있다. 동작구에서 제기된 비리 의혹도 감당하지 못한 경찰이 집권 여당의 지도부까지 수사해야 하는 이런 사건을 제대로 맡을 수 있겠는가. 이대로는 ‘봐주기 수사’라는 의구심을 떨쳐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이 여러 모로 한계를 드러낸 이상, 이 사건이야말로 독립적인 특별검사에게 공천 비리 의혹 수사를 맡기는 것이 가장 상식적인 해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