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4500선을 넘었다. 역대 최고치다. 하지만 지수 상승 폭의 대부분을 반도체 대형주가 차지해 반쪽짜리 호황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52% 오른 4525.48에 장을 마쳤다. 이날 오전 0.26% 하락한 4446.08로 출발했으나 개인 매수세가 몰리면서 오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코스피는 새해 3거래일째 4300·4400·4500 고지를 연이어 밟으며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시가총액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장 초반 각각 2%가량 하락했지만, 오후 들어 반등했다. 종가 기준 삼성전자는 0.58% 상승한 13만8900원에, SK하이닉스는 4.31% 오른 72만6000원에 거래됐다. 삼성전자는 장중 14만원을 터치하기도 했다.
중앙일보가 한국거래소를 통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새해 3거래일간 코스피 상승 폭인 311.31포인트 중 삼성전자의 기여도는 140.4포인트, SK하이닉스의 기여도는 68.16포인트였다. 두 회사의 상승세가 코스피 상승분의 70%를 책임졌다는 얘기다. 반면에 20일간 상승 종목 수를 하락 종목 수로 나눈 코스피 등락 비율(ADR)은 79.51%로 떨어지며 지난해 11월 24일 이후 처음으로 80%를 하회했다. 100%를 밑돌기 시작한 건 지난달 24일(98.9%)부터다. 100%를 밑돌면 이는 하락 종목이 더 많다는 의미로, 시장 전반의 체력이 약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반도체 의존도가 높아지고 관련 업종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쏠려 이런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일종의 ‘지수 착시’ 현상이다. 이는 코스피가 특정 이슈에 과도하게 흔들리는 취약한 구조를 만들 우려가 있다.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수급이 몰리는 곳을 좇는 단기 투기 성향이 강해진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인공지능(AI) 수익성 논란 등 반도체 수익에 대한 낙관적인 흐름에 흠집이 나면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지금 안 사면 늦는다’는 이른바 포모(FOMO) 심리도 확산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장기 투자자의 성과 인증 글이 올라오고 있다. “적금 2억원 깨서 들어간다” “삼성전자에 전 재산을 넣겠다”는 글도 잇따랐다. KB증권은 이날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3배 치솟을 것이라며 목표 주가를 16만원에서 18만원으로 상향했다. 하지만 주가 상승 속도가 가파르고, AI 투자 과열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투자 신중론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