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소비자 가전쇼(CES 2026)’ 개막을 하루 앞둔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행사장에서는 1000여 명의 인파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바닥에 누워 있던 키 190㎝ 정도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양다리를 등 쪽으로 꺾으며 바닥을 디딘 뒤 일어선 것이다. 바로 현대차그룹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차세대 ‘아틀라스’다. 아틀라스가 능숙하게 10m를 걸어 사회자 앞으로 다가오자 청중은 ‘와~!!’ 하는 감탄사를 보냈다. 아틀라스는 무대에서 목·어깨·허리·손목 등 여러 관절을 360도로 회전하는 ‘묘기’를 선보였고, 3개 손가락으로 물건을 집어드는 듯한 동작도 여러 차례 반복했다.
#2. 같은 날 오전엔 LG전자의 가정용 로봇 ‘LG 클로이드(LG CLOiD)’가 베일을 벗었다. 클로이드는 두 팔과 바퀴형 이동 방식을 적용해 가사노동에 특화된 역할을 수행하도록 설계된 홈로봇이다. 방처럼 꾸며진 부스에서 클로이드는 세탁기 문이 열리자 바퀴를 스스로 굴려 다가간 뒤 능숙하게 옷가지를 세탁기에 넣었다. 색감을 구분해 검은색 세탁물만 골라 넣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독립적인 관절을 갖춘 5개 손가락으로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거나 수건을 접는 동작도 해냈다. 다만 작동 속도가 느렸고, 소파에 놓인 열쇠를 집는 데 실패하는 등 완성도 면에선 다소 부족한 모습도 보였다.
CES 2026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산업 현장과 가정에 즉시 투입 가능한 로봇을 대거 선보이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중국이 차세대 로봇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공세를 펼치는 상황에서 한국도 ‘개발 속도’와 ‘실용화 기술’로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가장 두드러진 건 현대차그룹이었다. 아틀라스는 56자유도(관절 1개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면 1자유도로 평가) 로봇으로, 관절 대부분이 완전히 회전할 수 있고 사람 손과 비슷한 크기의 손에 촉각 센서가 탑재돼 인지 범위가 넓다. 머리에 달린 360도 카메라를 통해 모든 방향을 인식할 수 있으며, 50㎏의 무게를 들 수 있고 2.3m 높이까지 손이 닿을 수 있다. 섭씨 -20~40도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고 방수 기능도 갖췄다. 최대 충전하면 4시간 작동할 수 있는데, 배터리가 부족하면 스스로 충전소로 이동해 배터리를 교체하고 작업 현장으로 복귀할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를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HMGMA)에 투입해 부품 분류 등을 맡기고, 2030년부터는 부품 조립까지 작업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구글 딥마인드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피지컬AI 고도화에 나섰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아틀라스 등 로봇 하드웨어와 제어 기술을 제공하고, 구글 딥마인드는 로봇 AI 파운데이션 모델인 ‘제미나이 로보틱스’를 적용해 로봇에 인지·추론·제어·상호작용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LG전자 클로이드는 가정 특화 로봇이다. 가전제품과 공간을 조율해 신체적 노동은 줄이고 여유를 늘릴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다. 특히 시각·언어·행동(VLA) 모델을 적용해 제한된 데이터로도 빠르게 학습하고 작업을 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 류재철 LG전자 사장은 “단순 가사 도우미가 아니라 공간 기반 로봇을 포함한 새로운 솔루션을 통해 미래의 가정 생활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