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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헤지하면, 환해지나요…서학개미 홀리는 'H의 유혹' 긴급진단

중앙일보

2026.01.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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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홀리는 ‘H의 유혹’ 긴급진단
경제+
베네수엘라 사태에도 5일(현지시간)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는 4만8977.18로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증시가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서학 개미(미국 증시 투자자)’의 시선은 환율로 향하고 있다. 지난해 4월 9일 장중 1487.6원까지 하락한 달러당 원화 가치는 6월 30일 1347.1원으로 수직 상승(환율 하락)해 환율로만 10%가량 손해를 볼 뻔한 경험이 있어서다. 올해 미국 증시에 투자하기 전에 환율 전망을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머니랩은 국내 환율 전문가 3명에게 올해 환율 전망과 투자 시 유의점을 물었다. 환차손을 피하려는 투자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환헤지(H)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전략도 분석했다.
6일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전 거래일 대비 1.7원 내린 1445.5원에 마감했다. 지난 주말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에도 불구하고 외환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지정학적 불안으로 달러가 소폭 강세를 보였지만, 시장은 단기적 이벤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유승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투자 전략팀 이사는 “대통령 체포 작전이 이미 종료됐다는 점에서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권한대행의 운신에도 제한이 있을 것”이라며 “우려가 많이 해소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성근 미래에셋증권 선임연구원도 “당장의 불확실성은 줄었다”며 “다만, 미·중 무역 분쟁이 재점화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중국의 대응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연초에는 원화 가치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는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를 만들어 국내 시장으로 ‘유턴’하는 투자자에게 양도소득세를 최대 100%까지 깎아주는 카드를 내밀고 있지만 구조적인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란 분석이 나온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달러의 구조적인 수급 문제로 정부 당국의 정책 효과가 다소 제한적으로 작동하는 측면이 있다”며 “당분간 여러 정책이 이어지면서 환율이 1480원대 주변에서 꽉 묶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증권가에선 대외 요인 변화에 주목한다. 이르면 1월 중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미 연방대법원 판결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미 연방항소법원은 지난해 8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의 권한을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가 항고했고,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사건을 정식 회부했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은 “지난해 환율이 급격한 ‘V자’ 양상을 보인 데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관세 정책 영향이 컸던 만큼, 이번 판결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관세 관련 미 대법원의 판단이 단기 분기점”이라며 “미국의 정규 예산안 통과 여부와 함께 환율 변동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보단 하반기에 원화 가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최 연구원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기대와 함께 글로벌 제조업 회복 기대 등 하반기에 원화 가치가 올라갈 요인이 더 많다”며 “이르면 상반기 말, 늦으면 하반기 중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1300원대 후반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 수석연구위원도 “하반기에는 미국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DM) 지수 편입 기대감 등 증시 활성화 정책 기대로 환율이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환율 변동에 대한 우려로 성급하게 투자 결정을 내려선 안된다고 조언한다. 환차익을 목표로 한 미국 주식 매수 전략이나 공포 심리에 의한 대규모 환전은 피해야 한다는 의미다. 오건영 단장은 “지난해 6월 한미 간 ‘플라자 합의 2.0’이 있을 수 있다는 소문으로 환율이 1347원까지 떨어졌지만, 곧 반등했다”며 “순간적인 쏠림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단장은 “올해는 여러 국가의 통화 정책이 엇갈리며 마치 7차, 8차 방정식을 푸는 듯한 복잡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원화 표시 자산과 달러 표시 자산의 보유 비중을 정해 놓고, 환율 변동으로 비중이 커진 쪽을 팔면서 중심을 잡는 방식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환율의 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투자자들이 고민하는 대목은 또 있다. 지금이라도 ‘환헤지 ETF’로 전환해야 하는 지 여부다. ‘헤지’는 영어로 ‘울타리(헤지·hedge)’를 말한다. 환율이라는 불확실성을 울타리 안에 가둔다는 뜻이다. 환율 변동 손실을 최소화해 기초자산 본연의 가치만 수익률에 반영한다. 반면 환노출 ETF는 울타리를 걷어내 자산 가치에 환율 등락에 따른 환차익과 환차손을 그대로 반영한다. 해외 지수 추종 ETF 상품명에 ‘(H)’ 표시가 없다면 대부분 환노출 ETF다. 지금보다 환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면 ‘환노출’ 전략을, 환율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면 ‘환헤지’ 전략을 선택해 대응할 수 있다.

김경진 기자
하지만 환헤지 ETF의 투자 성과를 좌우하는 변수가 환율 하나뿐이 아니라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2023년 10월 27일 환율이 1355.9원이었을 당시, 종가 기준 환노출형인 ‘TIGER 미국S&P500’은 1만4120원, 환헤지형인 ‘TIGER 미국S&P500(H)’은 1만150원이었다. 두 ETF의 종가 차이는 3970원이었다. 약 1년 뒤인 2024년 10월 14일에 환율이 다시 1355.9원을 찍었을 때 종가 차이는 5650원으로 벌어졌다. 2025년 7월 1일 환율이 또 한번 1355.9원에 안착했을 때 두 ETF의 가격 격차는 6165원까지 벌어졌다. 환헤지에 따른 비용이 매년 누적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TIGER 미국S&P500’과 ‘TIGER 미국S&P500(H)’의 총보수는 0.07%로 같았다. 하지만 증권사 애플리케이션에는 나오지 않는 ‘숨은 비용’이 있다. 대표적으로 ‘기타 비용’과 ‘매매·중개 수수료율’이 있는데, 환헤지 비용은 주로 기타 비용에 반영한다. 당시 TIGER 미국S&P500의 기타 비용을 살펴보면 환노출형은 0.08%, 환헤지형은 0.12%로 0.04%포인트 차이가 났다. 두 ETF 간 종가 차이는 이러한 환헤지 비용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결과다.

김영옥 기자
환헤지 비용은 기본적으로 양국 간 기준금리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 환헤지 방식이 “미래에 주식을 팔 때 적용할 환율을 지금 수준으로 고정해 달라”는 계약(선도환율)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가령 미국의 기준금리가 연 4.5%이고 한국이 3%일 때 환헤지를 한다는 것은 높은 예금 이자를 주는 달러를 포기하고 낮은 금리의 원화를 선택하는 것과 같아 그 차액만큼이 비용으로 환산된다.

전문가들은 중·장기 투자자는 환노출형 상품을 중심으로 투자하기를 권한다. 국내에 상장된 미국 주식 ETF에 투자하는 것도 본질은 해외 투자이기 때문이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총괄은 “미국 주식에 투자한다는 것은 미국 경제와 기업 경쟁력이 국내보다 우수하다는 판단과 향후 달러 가치 상승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안전 자산인 달러를 취득해 주식 시장이 흔들릴 때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며 “국민연금도 해외 투자 시 환노출을 기본 원칙으로 두고, 전략적 판단에 따라 일부만 환헤지를 활용한다”고 전했다.





김홍범.이가람([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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