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보수층 중에 온건파는 안 보이는 것 같다. 장동혁 대표를 지지하든 한동훈 전 대표를 지지하든 서로 죽어라 물어뜯는 강성파만 보인다.”
최근 양극단으로 갈라져 집안싸움을 이어가는 보수 지지층에 대해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6일 이렇게 진단했다. 해가 바뀌고 지방선거가 5개월 안으로 접어들었지만 국민의힘은 내홍의 수렁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동훈 전 대표가 연루된 당원 게시판 의혹과 이를 놓고 다투는 보수 지지층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 대표와 한 전 대표가 이 사안을 두고 직접 설전을 주고받거나 논쟁을 주고받은 적은 없다. 보수 유튜버 시청자나 아스팔트 우파, 그리고 한 전 대표 팬덤의 대리전 양상이다. 싸움터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유튜브 댓글창 혹은 SNS다.
이들의 싸움은 온라인에만 머물지 않고 현실 정치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치고 있다. 당장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는 당 윤리위원회 구성이 이들로 인해 크게 흔들렸다. 전날 최고위에서 의결된 윤리위원 7인의 명단이 외부에 공개되자 디시인사이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집단 공세가 이어졌다. 한 전 대표 지지층은 이들의 전력이나, 정치 성향 등을 들어 “김건희의 대학 선배” “찐윤(찐윤석열) 인사” “통합진보당 당원 출신”이라고 공격했다. 장 대표를 겨냥해선 “친윤에만 폴더 인사하는 장폴더”, “암 덩어리를 심폐 소생하는 장배신”이라고 공격을 퍼부었다.
결국 윤리위원 2명은 6일 장 대표에게 사의를 표했다. 당 관계자는 “윤리위원 대부분이 정치인이 아니기에 신상 털기식 공격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장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층도 다르지 않다. 이들은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해 한 전 대표의 가족이 썼다고 의심받는 게시글을 온라인에 공유하며 “한동훈 배신자”, “인간 매크로”, “보수 등에 칼을 꽂았다”고 공격했다. 한 전 대표를 겨냥한 원색적 비난 댓글도 쏟아졌다. 한 친한계 초선 의원은 “강성 지지층들이 온라인 비난에 그치지 않고 항의 전화를 걸어와 욕설해서 의원실 업무가 마비될 때도 있다”고 했다.
보수 지지층의 집안싸움에는 정치인들도 가세했다.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친한계의 행패가 도를 넘는다. 윤리위원에 대한 조직적 외압은 가중처벌 사유”라고 썼다. 강성 지지층들은 “친한계의 마지막 발악”, “고름을 제거하자”는 댓글로 화답했다. 반면 친한계 박상수 전 대변인은 “왜 우리당이 아직도 김건희 당이어야 하나”라며 페이스북에 특정 윤리위원의 자격을 문제 삼았다. 한 전 대표 지지층은 “파멸 당의 지도부는 우물 속으로 보내라”고 호응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꽃바구니를 보내며 응원하던 정치인 팬덤 문화는 옛말”이라며 “지지하는 정치인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공격적인 방식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있고, 현실 정치에 관여한다는 효능감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선 이르면 8일로 예정된 장 대표의 쇄신안 발표를 내홍의 확전과 휴전을 가를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영남 중진 의원은 “장 대표가 확실한 혁신안과 내부 통합 방안을 제시하면 갈등은 수그러들겠지만, 계엄에 대한 사과나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단절을 거부하면 집안싸움은 과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윤민우 가천대 교수를 신임윤리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당 관계자는 “전임 윤리위원장은 대부분 법조인 출신이었지만, 윤 위원장은 사이버안보 전문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