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차남의 숭실대 편입 조건을 맞추기 위해 J사에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J사 회장 A씨가 관련 의혹의 ‘키맨’으로 꼽히고 있다. A씨는 김 전 원내대표의 부탁을 받아 차남을 경영팀 직원으로 취업을 시켜주고, 회삿돈으로 대학 등록금을 지원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6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약 20년 전부터 정치권과 연이 닿아있는 인물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받은 국회의원 고액후원자 내역을 분석한 결과, A씨는 2005~2021년 수천만원의 후원금을 여야 정치인에게 기부했다.
특히 A씨는 국민의힘 소속 B의원에게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500만원씩 총 2000만원의 후원금을 냈다. B의원은 2024년 7월께 김 전 원내대표로부터 자신의 아내 이모씨의 업무추진비 유용 의혹 관련 수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당시 동작서장에게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B의원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후원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며 “후원과 수사 관련 의혹은 전혀 연관성도 없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A씨는 문재인 정부에서 국토부 장관을 역임한 C씨,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D씨,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대표를 역임했던 E씨 등 전직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냈다. 김 전 원내대표에게는 후원금을 내지 않았지만, 차남의 등록금 일부를 J사가 부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숭실대 계약학과 운영 규정에는 ‘산업체 등의 부담금은 학생 1인당 경비의 100분의 50 이상이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가사업을 많이 수주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국회와 가까이 지내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김 전 원내대표도 건너 건너 소개를 받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실제 A씨가 대표로 있는 J사는 1990년 교통신호 전문업체로 시작한 회사로 최근까지 교통신호 제어기·교통신호등·고속도로 요금징수설비 등 다양한 제품을 제조·시공하고 있다. 그간 해당 업체는 국토위 소관 기관인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수백억원의 도로 시스템 사업을 수주했다. 6일 회사 인근에서 만난 업체 관계자는 “김 전 원내대표 차남과 관련된 내용은 전혀 모른다”며 “회장 A씨도 회사가 아닌 주로 다른 곳에 있다”고 말했다. A회장은 물론 차남이 속했던 회사 경영팀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김 전 원내대표의 각종 특혜·비위 의혹들을 제기한 전직 보좌진도 A씨를 직접 보지는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전 보좌관 김모씨가 지난해 11월 동작서에 제출한 진술서 따르면, 김 전 원내대표는 2021년 10~11월 사이 보좌진에게 “차남이 계약학과에 진학을 할 것이니 관련 준비 좀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보좌진이 “계약학과는 회사를 다녀야 하고 회사 소재지와 대학 간의 거리 규정 등 조건이 있는데, 일단 회사에 다녀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하자 김 전 원내대표는 “이미 취업은 내가 알아서 하고 있으니까, 걱정 말고 입학시키는 것에 전력의 90%를 쏟으라”고 답했다고 한다.
김씨는 “김 전 원내대표가 이후에도 회사 이름을 말해주지 않아서 묻지도 않았다”며 “다만 취업이 임박했을 2022년 4~5월께 김 전 원내대표가 회장 A씨와 통화하면서 ‘월급은 최저임금만 주셔도 된다’ ‘은혜를 꼭 갚겠다’는 등의 언급을 하는 것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후 김 전 원내대표는 2022년 하반기 국토위로 국회 상임위원회를 옮겼다. 10월 국정감사에선 한국도로공사 사장 직무대행을 상대로 A씨 업체의 주력 분야인 ITS(지능형 교통체제)와 관련해 “해당 사업의 국토교통부 이관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의했다. 김 전 원내대표의 전 보좌진은 “해당 업체를 위한 질의 등 용역 관련 민원을 김 의원이 해결해주기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이듬해인 2023년 1월 11일에는 A씨 등 업체 관계자를 김 전 원내대표가 직접 만난 정황도 있다. 두 달 뒤, 김 전 원내대표의 차남은 숭실대 혁신경영학과(계약학과)에 편입학했다. 11일 오후 6시쯤 보좌진들끼리 카카오톡으로 소통한 내용은 이랬다.
▶전 비서관 김씨=“BK(김병기), 영감이 (업체) 사람들 만나고 있네”
▶김씨=“무슨 도장 찍으러 간다고 ㅋㅋㅋㅋ”
▶김씨=“아 XX, 영감이 직접 움직인다. 진짜 한심하다 한심해”
▶전 보좌관 이씨= “ㅜㅜ 소문 다 날 텐데”
김 전 원내대표의 차남 편입 관여 의혹 사건은 동작서가 지난 4일 서울경찰청으로 이첩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지금까지 제기된 김 전 원내대표의 수많은 의혹 중 이 의혹의 진술 내용이 가장 구체적”이라며 “취업과 국회 질의 등 대가성이 명확하고, 경찰이 자세하게 알아본 만큼 수사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관련 입장을 묻는 연락에 답하지 않았다. 김 전 원내대표는 5일 한 유튜브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제기된 여러 의혹들을 입증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