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탄탱고’‘토리노의 말’ 등으로 알려진 헝가리의 영화 거장 벨라 타르 감독이 6일(현지시간) 별세했다. 70세. 헝가리영화인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타르 감독이 장기간 투병을 끝으로 6일 오전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느림의 제왕’으로 불리는 타르 감독은 동유럽 공산주의 몰락 이후 황량하고 희망 없는 헝가리의 풍경을 특유의 롱테이크(길게 찍기) 기법으로 흑백 화면에 담아왔다. 대표작 ‘사탄탱고’(1994)는 1980년대 헝가리의 한 집단농장을 배경으로 몰락의 굴레 속에서 불신과 무기력이 가득한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7시간 분량 영화다.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소설이 원작이다.
고인은 1955년 헝가리 남부 대학도시 페치에서 태어나, 16세가 되던 해 아버지가 선물한 카메라로 첫 영화를 촬영했다. 1977년에는 헝가리의 실험영화 스튜디오에 들어가 첫 장편영화 '패밀리 네스트'를 제작했다. '사탄탱고'의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와의 인연은 진작부터 깊었다. 1988년작 ‘저주’는 크러스너호르커이와 공동 집필한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한 그의 첫 독립 장편 영화다. 2011년 마지막 장편 영화인 ‘토리노의 말’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 유럽영화를 대표하는 거장 중 한 명으로 꼽히지만, 주요 영화제 수상 경력은 2011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토리노의 말’이 은곰상을 받은 게 전부다.
타르 감독은 극우 성향의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를 ‘헝가리의 수치’라고 공개 비판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프랑스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헝가리 정부가 금지한 성소수자 행진 '부다페스트 프라이드'의 개막 행사에서 세계인권선언을 낭독하기도 했다. 2014년엔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