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국방 정책·전략 분야의 핵심 브레인으로 꼽히는 엘브리지 콜비 미 전쟁부 정책차관이 이달 말 방한할 전망이다. 일본과 한국을 연쇄 방문하는 일정이 유력한 가운데 미·중 경쟁에 중·일 갈등까지 중첩된 국면에서 동맹국을 규합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관련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콜비 차관은 이달 말 일본과 한국을 연달아 방문하는 방안을 놓고 양국 정부 당국과 구체적인 일정과 의제를 조율하고 있다.
한국과의 협의에서는 국방비 증액,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등 현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미가 지난해 11월 14일 발표한 정상 간 합의인 조인트 팩트시트(JFS)에는 국방비 지출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3.5%로 증액한다는 한국의 계획이 담겼다. 이와 관련, 콜비 차관은 같은 달 자신의 엑스(X) 계정에 “한국은 미국의 진정한 모범 동맹국임을 입증하고 있다”고 적기도 했다.
콜비 차관이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현대화’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주한미군의 규모와 역할 변경도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대만 유사시 등에 대비해 해외 주둔 미군 조정과 동맹국의 기여 증가 등을 통해 중국에 대한 압박을 높이는 게 동맹 현대화의 골자다,
특히 미국은 한국의 원자력추진잠수함(원잠) 도입에 동의하면서 이를 대중 견제와 연결해 해석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1월 케빈 김 당시 주한 미국 대사대리는 “최근 서해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라. 이게 한·미 정상이 동맹 현대화와 한국의 국방비 증액에 동의하고 원잠과 같은 새 역량을 도입하기로 한 이유”라고 말했다. 대릴 커들 미 해군참모총장도 비슷한 시기 “(한국이 도입할)그 잠수함이 중국을 억제하는 데 활용되리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예측”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콜비 차관 방한 때 한·미 간에 자연스럽게 대만 문제를 비롯한 역내 정세와 관련한 의견 교환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콜비 차관은 지난해 12월 8일(현지시간) 자신의 X에 올린 글을 통해 새 국가안보전략(NSS)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군사적 우위를 유지함으로써 대만 분쟁을 억제하는 것이 우선순위고, 대만해협 현상 유지를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어떠한 시도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대만에 대한 오랜 선언적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관련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한·미 양측 당국자가 의제를 조율하고 있는 단계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한·일 연쇄 방문을 두고 베네수엘라 사태 등으로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핵심 동맹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여기에는 대만 해협 문제로 촉발된 중·일 갈등이 장기화 양상을 보이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케빈 김 주한 미국 대사대리가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의 선임보좌관에 내정돼 이임한 것으로 이날 파악됐다. 지난해 10월 24일 부임한 지 70여일 만이다.
김 대사대리는 트럼프 1기 때인 2018~2020년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체제에서 북·미 대화 국면에서 실무적으로 관여했다. 후커 차관도 트럼프 1기 행정부 대북 협상팀의 일원이었던 만큼, 전문가들 사이에선 올해 4월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 접촉을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 대사대리의 후임이 따로 임명되지는 않고 정식 대사가 부임할 것이라고 한다. 그때까지는 지난해 7월 주한 미 대사관 차석으로 부임한 제임스 헬러가 대사대리를 맡는다. 외교부 당국자는 “주한미국대사관이 김 대사대리가 워싱턴으로 복귀했음을 공식 통보해왔다”며 “당분간 헬러 차석이 대사대리로서 우리 측과 긴밀한 소통을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주한 미 대사 후보군의 구체적 윤곽은 드러나지 않아 소통 공백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