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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경 검사에 쓰는 국소마취제, 건보·비급여 '이중 청구'? "대형병원 최대 544억 부당이득"

중앙일보

2026.01.06 22:48 2026.01.06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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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경실련 활동가들이 비급여 국소마취제 부당 이중청구액 환수 및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2023년 심정지 상태로 경기도 한 상급종합병원에 실려 온 60대 A씨. 당시 의식이 없던 A씨는 소변 배출을 위해 소변줄(유치 도뇨관)을 삽입해야 했다. 해당 시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돼 국소마취제 등 재료비를 포함한 비용이 2만345원으로 책정됐다.

그러나 A씨의 진료비 상세 내역에는 비급여 국소마취제인 '인스틸라 겔'이 9781원씩 두 차례 청구돼 있었다. 이미 약제 비용이 산정됐는데도 비급여 항목으로 비용이 한 번 더 청구된 셈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개한 사례다. 경실련은 A씨와 같은 국소마취제 '이중 청구' 의심 사례로 인해 최근 5년간 환자에게 부당하게 청구된 금액이 544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내시경 검사나 카테터(의료용 관) 삽입 등에 활용되는 국소마취제는 의료행위 수가에 재료비로 포함된 '산정 불가' 급여 항목이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은 환자에게 별도의 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

하지만 경실련은 일부 병원들이 가격이 이미 지불됐는데도 급여 제품과 동일 성분의 수십 배 비싼 비급여 제품을 사용하고 비용을 환자에게 청구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도뇨(요도에 카테터 삽입) 등 국소마취제를 사용하는 주요 의료행위는 100여종에 달하며, 연간 300만 건 시행되고 있다.

문제가 된 제품은 리도카인 성분의 겔 마취제다. 경실련이 전국 상급종합병원 45곳의 비급여 가격 고지 현황을 분석했더니 화순전남대병원을 제외한 44곳이 1~3종의 비급여 국소마취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가격은 급여 국소마취제(734원) 대비 최소 9.9배~최대 19배에 달했다. 특히 경북 한 상급종합병원은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비싼 1만8700원의 비급여 국소마취제 가격을 고지했다.

이들 병원에서 해당 비급여 국소마취제가 모두 사용됐다고 가정하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환자에게 부당하게 이중 청구된 금액은 543억8800만원으로 추산됐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92억4000만원, 2021년 103억2000만원, 2022년 108억5300만원, 2023년 118억3800만원, 2024년 121억3600만원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김경진 기자
또 경실련이 최근 5년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산하 의약품정보센터에 보고된 비급여 국소마취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해당 제품의 출고 단가는 2020년 대비 2025년 19.5% 인상됐다. 출고액은 같은 기간 25.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급여 국소마취제의 출고 단가는 같은 기간 0.5% 인하됐다. 경실련은 "비급여 시장 규모가 팽창하고 금액은 급격하게 인상돼 환자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기민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한양대 교수)은 "부당한 비급여 사용은 건보 제도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국민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킨다"라며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비급여 국소마취제 이중 청구에 대한 현장 조사에 나서고 부당 청구액을 전액 환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채혜선.정종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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