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일본에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 들면서 국내 산업계에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중국이 미국, 일본과의 갈등 국면마다 희토류를 무기로 활용하고 있어 한국도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희토류를 절대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7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1~11월 기준) 희토류 영구자석 수입량 중 99.4%가 중국산이었다. 희토류 금속(85.9%), 희토류 화합물(68.7%) 역시 중국 의존도가 압도적이다. 희토류는 휴대폰과 컴퓨터 등 전자 제품부터 자동차, 에너지, 방산 분야에서도 필수적인 재료다. 필요량이 많지 않지만, 대체가 불가능해 필수 원자재로 분류된다.
특히 전기차나 발전 터빈 등에 사용하는 네오디뮴 등 희토류 자석은 모터의 핵심 부품이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희토류 자석은 자동차(24%), 소비 가전(21%), 발전 터빈(9%), 에어컨(8%) 등에 주로 쓰였다. 향후 전기차와 로봇 등 수요가 늘면서 희토류 자석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고태봉 iM증권 연구원은 “피지컬 인공지능(AI) 시대가 다가올수록 희토류 수급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며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희토류 시장은 중국이 지배하고 있다. 미국지질조사국(2024년 기준)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에서 매장량(48.4%)도 가장 많지만, 그보다 채굴(69.2%)과 정·제련(91.4%)의 글로벌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채굴부터 제품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수직 통합한 유일한 국가다. 서구 선진국이 환경오염과 경제성 문제로 생산량을 줄이는 동안 국가가 나서 희토류 산업을 구조 조정한 덕분이다.
공급망 연결된 한·중·일…기업들 “사태 장기화 우려”
이번 중일 갈등이 국내 희토류 공급망에 미칠 영향은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과 중국의 갈등 국면에서 희토류 수출 통제를 경험한 기업들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전기차용 구동 모터에 필요한 영구자석 등을 수입하는 현대모비스는 이번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 등의 수급 상황을 보며 수입량을 확보해왔는데, 지난해부터 희토류 이슈가 있어 지속적으로 재고를 비축했다”며 “당장 큰 영향은 없겠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여파가 있을 수 있어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아직까지 특별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국내 방산에 공급이 끊기는 문제로 이어진다면 영향이 불가피하다. 우주항공, 방산 모두 희토류가 꼭 필요한 분야”라고 했다.
중국의 일본에 대한 보복 조치가 국내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훈 한국재료연구원 연구원은 “지난해 미·중 갈등 사이에서 중국이 수출을 통제한 것도 우리나라에 영향이 있었다. 그 여파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는데 이번 대 일본 수출 통제 역시 영향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정부가 직접적으로 우리와 중국의 관계를 풀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중·일이 공급망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영향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수입 취약 품목을 선별·지원해와서 위험 회피가 가능한 상황이지만 공급망 파급 효과를 면밀히 볼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도 공급망 다변화와 대체 소재 개발 등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미국 리엘리멘트테크놀로지스와 북미 내 희토류 및 영구자석 통합 생산단지 구축을 검토 중이다. LS에코에너지는 희토류 매장량 2위 국가인 베트남과 협력해 현지 공급망을 구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