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한의대·약대에 모두 합격했다. 주변에선 ‘메디컬 3관왕’이라며 부러워했다. 하지만 그의 최종 선택은 의약학 계열 대신 사범대였다. 교사라는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경기도 화성시 병점고(일반고) 3학년 유하진(19)군의 이야기다. 그는 2026학년도 대입 수시전형에서 한양대 의대, 경희대 한의대, 중앙대 약대, 서울대 국어교육과에 중복 합격했다. 남들의 예상과 달리 그는 서울대 국어교육과에 진학하기로 결정했다.
6일 오후 학교에서 만난 유 군은 “고민을 정말 많이 했지만, 초등학생 때부터 오랜 꿈이었던 교사가 될 기회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유 군은 고1 때 학교생활기록부의 희망 진로분야에 ‘교육분야’, 고2 때는 ‘국어교사’라고 적었다. 올해 입시에서 의약학 계열에도 지원했던 이유를 묻자 “‘합격하고 선택해도 늦지 않는다’는 부모님의 조언을 따라 여러 선택지를 만들어 둘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편으론 지금까지 열심히 해 온 것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답했다.
학년 부장으로써 유 군의 고교 생활 3년을 지켜봤던 정미라 교사는 “공부든, 어떤 활동이든 적극적인 학생이었고 3년 내내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며 “무엇이든 잘하는 학생이라 내심 공대에 진학하길 바랐지만, 본인 적성에 맞는 길을 가겠다고 결심해 응원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전공에 합격이 가능했던 이유를 묻자 유 군은 “일부러 특정 분야를 위한 활동을 하는 식으로, (합격에 필요한) 생활기록부를 꾸미려 노력하진 않았다”며 “진로 희망 분야를 이미 잘 안다거나 좋아한다는 것을 보여주기보다 내가 어떤 잠재력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인지 보여주는 게 중요했던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그의 생활기록부엔 의약 계열과 연관된 교과 활동이나 경험이 한 줄도 없다. 2학년 이후 선택과목마저 의대를 지망하는 수험생들이 선택하는 생물 대신 물리·화학·지구과학 수업만 들었다.
대신 그의 생기부엔 체육, 동아리 등 그가 즐겁게 참여한 활동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유 군은 자신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된 경험으로 토론 동아리를 꼽았다. 그는 “1학년 때 진로활동으로 참여했던 토론교실이 너무 재미있어 함께 수업을 들었던 친구 몇몇과 직접 토론 동아리를 만들었다”며 “나중엔 동아리 규모가 20명까지 커졌다”고 했다.
동아리 운영을 주도하면서 리더십을 기를 수 있었고, 토론 주제를 정해 책을 읽고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다양한 학문 분야를 연계한 탐구 활동이 가능했다는 설명이었다. 2026학년도 대입 수시 결과 병점고에선 유 군을 포함해 토론교실에 참여했던 학생 4명이 서울대에 합격했다.
유 군은 “많은 선생님이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학생들에게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을 직접 정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며 “궁극적으로는 교육감이든 교육부 장관이든 교육 정책을 논의할 수 있는 역할까지 맡아보고 싶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