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소비자 가전쇼(CES 2026)’가 열린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루 호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엔비디아 부스로 들어섰다.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 일정에 동행한 뒤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한 정 회장은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 비공개로 30분간 면담한 뒤 말없이 부스를 빠져나갔다.
전날 황 CEO는 엔비디아의 첫 자율주행 플랫폼 ‘알파마요(Alpamayo)’를 공개하고, 올해 1분기 안으로 메르세데스-벤츠 CLA 차량에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업계에선 정 회장도 황 CEO와 현대차그룹에 알파마요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를 했을 거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은 알파마요 도입 계획을 묻자 “가능성은 다 있다”며 협력 여지를 열어뒀다.
CES 2026에서 드러난 각국 주요 기업의 핵심 과제는 피지컬 인공지능(AI)의 핵심인 ‘모빌리티’와 ‘자율주행’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일본 자율주행업체 티어4 직원 요시카와 씨는 “거의 모든 자율주행 기업이 엔비디아의 칩 ‘드라이브 토르’를 쓴다. 그만큼 종속적이라 알파마요가 자율주행 판도를 흔들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마요의 가장 큰 특징은 VLA(시각·언어·행동) 모델 기반이라는 점이다. ▶라이다·카메라로 ‘시각’ 정보를 인식하고 ▶이를 ‘언어’로 정의해 ▶가·감속 등 ‘행동’하는 구조다.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은 ‘언어 정의 단계’가 없다.
미국 테슬라와 웨이모, 중국 바이두도 VLA 모델을 개발 중이지만 그외 다른 기업들은 크게 뒤처진 상태다. 자율주행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으로선 자율주행 수준을 확 끌어올리기 위해 알파마요가 필요하다고 인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일 기술경쟁도 치열했다. 현대차그룹 전시관에선 올해 CES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은 차세대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 ‘모베드(MobED)’가 눈길을 끌었다. 불규칙한 노면이나 경사로에서도 바퀴 기울기를 조절해 몸통을 수평으로 유지하는 주행안정성을 지녔다. 최대 20㎝ 높이의 연석도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다.
중국 TCL CSOT는 운전석 주변 80% 이상을 디스플레이로 감싼 미래형 자동차 대시보드를 선보였다. 2세대 원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편광판 기술이 적용돼 직사광선이 강한 야외나, 선글라스를 낀 상태에서도 디스플레이를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이 제품을 둘러본 독일 보쉬 직원 토마스 몰 씨는 “중국의 기술 접목 능력이 매섭게 느껴진다”고 했다. 중국 지리자동차 역시 ”위성을 활용해 2031년까지 주행데이터가 없는 오지나 사막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기술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일본 소니혼다모빌리티의 전기차 ‘아필라1’의 기술력도 못지 않았다. 차량 안팎에 45개의 라이다·카메라를 탑재해 ‘레벨2’ 이상의 자율주행이 가능한데, 추후 VLA 모델까지 발전시켜 ‘레벨4’(완전자율주행)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핵심 기술을 엔비디아에만 의존하면 현대차 자회사인 포티투닷, 모셔널의 자율주행기술은 도태될 수밖에 없고, 하드웨어만 납품하는 제조업체에 머무를 수 있다”며 자체 기술 경쟁력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