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권혁재의 사람사진] 무대에서 '붓의 춤' 추는 김소영

중앙일보

2026.01.07 07:17 2026.01.07 07:33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나의 춤이 바로 한글입니다"
권혁재의 사람사진/ 글씨당 김소영

“캘리그래퍼 김소영의 무대 퍼포먼스엔 생동하는 기운이 있습니다.
무대 위 대형 컨버스에 붓과 하나 된 듯 쓰는 글과 그림,
마지막에 한 바퀴 휘돌며 일필휘지로 대미를 장식하는 원,
그 자체가 생동입니다.
일단 한번 퍼포먼스 영상을 보면 제가 그를 추천한 이유를 알 겁니다.”

캘리그래퍼 김소영의 팬을 자처한 중앙일보 독자가 이리 추천했기에
영상을 검색하여 찾아봤다.
2018년 강릉단오제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김소영 작가. 세 번 요청 끝에 얻어낸 이날의 무대가 그의 오늘을 만든 마중물이 되었다./사진 김소영

차고 넘치는 영상들은 국내는 물론 해외를 넘나든 기록들이었다.
영상은 추천서 그대로 설치된 대형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단박에 마무리 원을 그려내는 붓질, 가히 ‘붓의 춤’이었다.
게다가 그가 들려준 삶,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했다.

2025 애틀랜타 ITS 세계총회 폐회식에서 2026 강릉 ITS 세계총회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김소영 작가./사진 김소영
“고교 졸업 후 바로 취업한 경기도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
당시 격월에 한번 보너스를 받을 정도로 대우가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내 일이 아닌 듯했습니다.
불 꺼진 암막에서 모니터의 빨간 점, 초록 점을 8시간 동안 찾는 일,
내가 공장의 부속품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그래도 그만둘 수 없었습니다.
부모님도 “고등학교 학력으로 거기서 나와 뭘 하겠냐”고 하셨으니까요.
그런 말 들으면 두렵잖아요. 어디 나가면 그냥 어린 여자애였으니까요.”

그냥 '어린 여자애'는 그래도 머물러 있지 않았다.

“대학도 다니며. 이것저것 다 배웠어요.
바리스타 자격증, 그래픽스 자격증, 엑셀 자격증을 따고,
우드 페인팅, 가죽 공예, 캘리그래피도 배웠습니다.”
그는 SNS에 자신을 ‘글씨당 主人, Korean calligrapher, 씀의 쓰임을 생각합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여기서 Calligrapher 앞에 구태여 Korean을 넣은 이유는 우리 글씨를 해외에 더 알리겠다는 의지다.

이때 배운 캘리그래피로 쓴 '씀'은 세상의 '쓰임'이 되고,
나아가 김소영 자신 또한 세상을 위한 '쓰임'인 된 게다.

초등학교 미술 교과서에 실린 김소영 작가의 퍼포먼스 작품. 이는 그가 한글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나눈 결과다./사진 김소영
“한글을 콘텐트로 뭔가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폰트가 될 수도 있고, 교본이 될 수도 있고, 교육이 될 수도 있고요.”

이렇듯 그는 '씀의 쓰임'을 너머 새로운 '씀의 쓰임'을 궁구하는 터였다.




권혁재([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