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메라니안 한 마리를 키우고 있는 강모(63)씨는 매월 사료비와 간식비, 목욕비 등으로 10만원 이상을 쓴다. 동물병원을 찾는 달은 예상치 못한 지출이 수십만원 추가된다. 강씨는 “올해 2월부터는 늘 먹이던 사료값이 오른다고 해 몇 달치 미리 사뒀다”며 “노견이라 아픈 곳이 많아지는데 진료비도 오를 것 같다고 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반려인구 1500만 명 시대, ‘펫플레이션(펫+인플레이션)’이 일상화하고 있다. 7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동물용품 가격, 반려동물 관리비 상승률은 각각 2.9%, 2.5%로 전체 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2.1%)을 웃돌았다. 2020년을 기점으로 보면 지난해까지 전체 물가가 16.6% 상승할 때 반려동물용품 가격은 20.2%, 반려동물 관리비는 13% 올랐다.
반려견·반려묘를 남들 수준으로만 키우려고 해도 이제 월 20만원은 든다. KB경영연구소의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반려동물 양육비는 19만4000원으로 2023년보다 26%(4만원) 증가했다. 조사 대상인 1000가구 중 반려동물 양육비로 월 25만원 이상 지출한다는 가구의 비중은 20.6%로 2023년(15.6%)보다 5%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5만원 이하 지출 비중은 23.6%에서 18.8%로 4.8%포인트 줄었다.
반려동물 양육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식비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양육비 지출의 57.6%가 사료·간식·건강보조식품 등 식비 명목이었다. 치료비는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대신 한 번에 큰 부담을 준다. 지난해 반려가구는 최근 2년간 반려동물 치료비로 연평균 146만3000원을 썼다고 답했다. 2023년 응답 때(78만7000원)의 2배 수준이다.
올해도 펫플레이션은 심화할 전망이다. 연초부터 사료값, 반려동물용품 가격 인상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펫푸드 업체 퓨리나는 원가 상승을 이유로 다음 달 2일부터 반려견·반려묘 사료 가격을 10~27%가량 인상한다고 최근 공지했다. 이탈리아산 반려동물식품을 공식 수입하는 몬지코리아도 지난 6일 홈페이지를 통해 다음 달부터 건식 사료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원화가치 하락(환율 상승)과 기타 원부자재·물류비 등 물가가 올라 가격 조정이 불가피했다는 설명과 함께다. 또 반려묘 배변용 모래를 판매하는 닥터펠리스는 오는 12일부터 주요 제품 6종의 가격을 3~17%가량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진료비도 마찬가지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동물병원 3950개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진료비 20개 항목 중 9개 항목의 가격이 전년 보다 올랐다. 방사선 검사비 8.3%, 상담료 6.5%, 초진 진찰료 2.2% 등이다. 서울대 동물병원은 내부적으로 올해 진료비 인상을 적극 검토 중이다.
반려가구의 경제적 부담이 계속 커지면서 정부도 관련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농식품부는 올해 공익형 표준수가제를 도입해, 정부가 지정한 공공동물병원·상생동물병원이 이를 적용할 예정이다. 진료비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도 기존 102종에서 112종으로 확대했다. 홍기옥 농식품부 반려산업동물의료과장은 “지난해 동물병원에서 자주 진료하는 100개 항목에 대한 진료절차 표준화 작업을 마무리했고, 앞으로 확대해나갈 것”이라며 “펫보험이 활성화한다면 진료비 부담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