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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범의 퍼스펙티브] 노란봉투법, 시행 연기하고 독소조항 덜거나 보완해야

중앙일보

2026.01.07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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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시행 앞두고 혼란 키우는 노란봉투법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노란봉투법은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파업이라는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게 가장 큰 핵심입니다.(중략) 근로자의 권리도 존중받아야 하지만 기업 생존을 위한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프니까 사장이다’라는 온라인 카페에 있는 글이다. 지난해 8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개정안’(이하 ‘노란봉투법’)은 논란과 문제의 여지를 많이 안고 있다.

경영상 결정, 교섭·쟁의 대상돼
노사 분규·파업 더 증가할 전망

원·하청 간 사용자성 분쟁 늘고
불법 파업 손배 청구 어려워져

노조 가입률 13% 불과한 상황서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 역할 미미

노란봉투법에 따르면 노동조합이 사업 경영상의 결정이 근로 조건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면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파업 등을 할 수 있다. 2년 반 동안 7000여건의 파업이 발생했던 1987년 민주화 초기와 비교하면 노사분규가 상당히 줄었으나 아직도 우리나라의 파업에 따른 근로손실일수는 독일 등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할 때 상당히 많다. 그럼에도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파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노란봉투법, 파업 대상 범위만 늘려
고용노동부 해석 지침에 따르면 합병·분할·매각·양도 등 사용자의 경영상 결정은 원칙적으로 교섭이나 쟁의 대상이 아니나 근로 조건이나 고용에 실질적이고 구체적 변동을 초래하는 조치가 있는 경우 교섭을 요구하고 파업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실질적이고 구체적 변동을 초래하는 조치’에 대한 다툼과 분규가 많아질 것이다. 노란봉투법 이전과는 달리 정리해고도 교섭 대상에 포함됐다는 게 고용노동부의 해석이다.

또한 노란봉투법의 시행으로 하청업체 노동조합이 원청업체를 대상으로 단체교섭을 많이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 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 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까지 확대했기 때문이다. 하청업체 노동조합이 원청이 자신들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주장하며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원청 사업체는 거부하는 등 ‘사용자성’을 둘러싼 분쟁이 앞으로 많아질 것이다.

불법 파업이나 직장 점거도 빈번해질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의 불법 파업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아주 어렵게 만들었다. 노란봉투법이 제정되기 전에도 노조가 법원의 점거 중지 명령까지 지키지 않는 노동 현장에서 기업들은 노조나 노조원의 불법적 파업에 대한 민사상 배상 책임 추궁도 상당히 주저해 왔다. 이런 분위기 속 파업의 범위를 모호하게 확대하고, 불법 파업에 대해 면책 조항을 담은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의 무리하고 비합리적인 행태를 더욱 부추기게 될 수 있다.

노란봉투법으로 법원의 재량이 커짐으로써 법이 지향해야 할 법적 규범력을 약화해 사회 안정을 해칠 수도 있다. 향후 법이 시행되면 현장에서 다양한 해석이 이뤄지는 등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은 분명하며, 최악의 경우 몇 년이 걸리는 대법원에서의 최종 판결이 나와야 비로소 혼란이 정리될 것이다. 이대로 시행된다면 ‘노란봉투법 전담재판부’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를 수도 있다.

노란봉투법에 대한 기업 현장의 우려와 걱정은 크다. 노란봉투법이 노사관계의 근본 틀을 흔드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노조법 체계 전반을 그대로 두고 사용자 및 파업 대상의 범위만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지난해 말 (노란봉투법의 실질적인 적용 대상이 될) 매출액 5000억원 이상 100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노란봉투법이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 10곳 중 약 9곳(매우 부정적 영향 42%, 다소 부정적 영향 45%)이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다. 긍정적 영향을 기대하는 기업은 단 1개 기업에 불과했다.

부정적 영향을 주는 이유(복수 응답)로는 ‘하청 노조의 원청 대상 교섭요청과 과도한 내용의 요구 증가’(74.7%), ‘법 규정의 모호성으로 인한 실질적 지배력 등을 둘러싼 법적 분쟁 증가’(64.4%)를 들었다. 사용자 범위 확대로 인한 현장의 가장 큰 어려움은 응답 기업의 77.0%(복수응답)가 ‘실질적 지배력의 판단 기준이 모호해 원청의 사용자성에 대한 법적 갈등 증가’를 꼽았다.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요구 제한과 관련(복수응답)해서는 ‘불법 행위에 대한 면책 요구 증가’(59.0%), ‘쟁의행위 이외의 불법행위 증가’(49.0%), ‘사업장 점거 등 불법행위 증가’(40.0%) 등을 우려했다. 이런 우려가 이어질 만큼 노란봉투법은 우리나라 노동조합법의 근간인 협약자치주의를 무력화시키는 등 문제가 아주 많다.

박경민 기자
모호한 행정 지침, 혼란 해소 역부족
집단적 행위인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해 불법 파업에 참여한 개별 행위자별로 청구자에 증명 책임을 요구하는 노란봉투법의 조항은 민법상 손해배상책임 체계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조차 중요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전반적인 문제가 심각하다. 집단적 불법 행위에 참가한 노조원을 개별적으로 분리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노란봉투법은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못 하게 하는 법이다.

오는 3월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이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만큼 고용노동부가 준비한 해석 지침에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가 해석지침(안)을 공개했음에도 ‘깜깜이 법안’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주요 쟁점에 대한 행정 지침의 구체성이 떨어져 시행 초기 산업 현장에서의 혼란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시행령에 대한 지배적인 평가다. 법 자체가 부실하다 보니 시행령으로 보완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에서 가장 논란이 큰 ‘원청의 교섭’과 관련해 사용자성 판단 기준을 ‘근로조건별 구조적 통제’로 했지만 경영계는 “구조적 통제라는 개념이 여전히 모호하다”고 걱정한다. 노동계는 “교섭과 쟁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혀 노조법 개정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며 “반쪽짜리 권리 보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노란봉투법에는 없으나 기존 다른 법에 있던 창구 단일화 원칙을 원·하청 교섭에도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시행령에 담았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의 취지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고, 경영계는 시행령이 제시한 ‘교섭단위 분리’ 기준이 너무 넓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또한 정부는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인정 판정에도 원청이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부당노동행위’로 간주해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등 기존의 ‘노동위원회’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방침을 시행령과 지침에 담았다. 그러나 노동위원회의 결정은 행정 처분인 만큼 불복한 당사자가 행정소송으로 끌고 가면 최종 결론은 대법원에서 나는 한계가 있다.

박경민 기자
원청 대기업, 혁신 에너지 소진될 듯
‘사용자성’ 해석과 판단을 둘러싸고 벌어질 다툼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전략으로 이미 원청을 상대로 하청 노조들이 직접 교섭 요구로 압박에 나서면서 노동조합법 시행령도 통상임금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해석 지침처럼 현장에서 무용지물이 되고 혼란만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통상임금 관련 해석지침은 산업 현장에 상당 기간 극심한 혼란을 초래하고 2024년 말 대법원에 의해 법적으로 정리됐지만 노사 간 다툼은 여전하다.

노란봉투법이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는 일부의 기대는 현실화하기 힘들다. 우리나라 노조는 대기업과 공공기관 중심으로 되어 있고 전체 근로자의 13%만이 가입돼 있다. 노조원이 아닌 87%에 해당하는 중소기업과 영세기업 근로자가 노조를 조직해 대기업에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일부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는 있다.

그러나 대기업이라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속에 지급 능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대기업 근로자의 양보 없이 하청 중소기업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기업 노조의 행태로 보면 통 큰 양보를 기대하기가 어렵고 수십, 수백 개에 이르는 하청업체 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고 상대해야 하는 원청 대기업은 혁신 노력에 투입해야 하는 에너지와 자원만을 소모하게 될 것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을 밀어붙여 민간 부문까지 확산을 기대했던 문재인 정부의 실패 사례를 돌아보면 노란봉투법이 양극화 완화에 기여할 가능성은 낮다.

기업 99%, 노란봉투법 보완입법 요구
뿐만 아니다. 노란봉투법은 청년 일자리 문제를 더욱 꼬이게 할 수 있다. 최근 국가데이터처 발표 자료에 따르면, 경제활동 상태를 물었을 때 ‘그냥 쉬었음’이라고 답한 청년층(15~29세)의 숫자는 약 40만명대 중반에 이른다. 노조가 견인하는 대기업의 과도한 임금 인상은 중소기업 인력난과 청년 취업난 등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의 근원이다.

국민적 합의 없이 통과된 노란봉투법은 폐지하거나 시행을 일단 유보한 뒤 독소조항을 대폭 덜어내거나 보완해야 한다. 경총 조사에서도 기업의 99%가 국회의 보완 입법을 요청하고 있다. 법을 시행하고 부작용이 나타나면 보완하자는 무책임한 행태보다는 입법권과 행정권을 모두 가진 강력한 집권 여당이 지금이라도 노란봉투법의 보완과 개선을 통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노동시장을 만드는 데 매진해야 한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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