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황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말이 세계 증시를 움직이는 신호등이 됐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소비자가전쇼(CES 2026)’에 등장한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각 종목의 주가가 출렁였다.
황 CEO는 지난 5일(현지시간) CES 기조연설을 하며 “스토리지(저장장치)는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시장이며, 앞으로 세계 최대의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데이터 저장과 관련한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그가 공식적으로 선언한 격이다.
이 발언 직후 6일 미국 반도체 스토리지 기업인 샌디스크 주가가 27.56% 치솟았다. 마찬가지로 스토리지 기업인 웨스턴디지털과 시게이트테크놀로지도 각각 16.77%, 14%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10.02% 급등하며 상승장을 이끌었다. 황 CEO가 쏘아올린 반도체 낙관론에 힘입어 뉴욕증시도 강세로 마감했다.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0.99% 오른 49462.08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 종합지수도 각각 0.62%, 0.65% 뛰었다.
황 CEO의 말 한마디가 주가 추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전날 그가 벤츠와 협업해 엔비디아의 새 자율주행 플랫폼인 ‘알파마요’를 적용한 자율주행차를 올해 도로에 투입하겠다고 깜짝 발표하자 경쟁사인 테슬라 주가는 4.14% 하락했다. 이어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을 두고 “냉각기 없이 45도의 물로 냉각이 가능하다”고 밝히자 냉각기 관련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소를 지었다. 황 CEO가 6일 별도로 연 미디어·애널리스트 질의응답 도중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따로 언급하면서다. 그는 “우리는 한동안 HBM4의 유일한 핵심 고객이라는 이점을 누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HBM4 공급망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신뢰를 보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두 기업은 7일 국내 증시에서 장 초반 ‘14만 전자’와 ‘76만 닉스’를 각각 돌파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51% 오른 14만1000원에, 하이닉스는 2.2% 뛴 74만2000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CES에서도 황 CEO의 말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그가 양자컴퓨터의 활용 시기를 두고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평가하자 관련 기업인 아이온큐와 리게티컴퓨팅의 주가가 각각 39%, 45% 급락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기업의 펀더멘탈 변화보다 젠슨 황의 언급 여부를 갖고 주가가 움직이는 테마성 장세가 짙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