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7일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선포에 대해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이었다”고 했다. 장 대표는 “(계엄으로) 국민께 큰 혼란과 불편을 드렸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의 일들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과 역사의 평가에 맡겨 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장 대표가 취임 135일 만에 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훼손한 12·3 계엄을 사과하고, 당시 집권당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힌 점을 평가한다. 시기적으로 늦긴 했지만 당 대표가 공식적으로 계엄을 잘못된 것이었다고 규정하고 사과한 것은 보수 정당 쇄신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라 할 수 있다.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이 핵심 기반인 정치인으로서 쉽지 않았을 결단을 내린 점도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국민 눈높이에서는 부족한 측면이 작지 않다. 무엇보다 장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 및 그 추종 세력과 절연할 뜻을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당장 당 외부에서는 물론 당내에서조차 사과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계엄을 사과한다면서 계엄 책임자인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청산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니 사과의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계엄을 사과하고, 한편으로는 계엄을 ‘계몽령’이라 옹호해 온 강성 유튜버의 입당을 받아들이는 행보를 보인 것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장 대표는 당 안팎의 쇄신 요구가 빗발치는데도 마이동풍 행보를 계속해 왔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천 헌금 의혹과 갑질 논란 등 숱한 악재에 휩싸였는데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대를 벗어나지 못한 건 강성 지지층 결집에만 매몰된 노선을 고수해 온 장 대표에게 큰 책임이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의원,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같은 지도부 멤버였던 김도읍 의원마저 정책위의장을 사퇴하며 장 대표에게 태세 전환을 촉구한 이유다. 그런 압박을 의식했는지 장 대표가 회견 일정을 하루 당겨 쇄신안을 내놓은 점은 다행이다.
장 대표는 계엄 사과를 전환점으로 삼아 다섯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대비해 온건·중도층을 향한 외연 확장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그런 전략이 순항하기 위해서는 ‘윤 어게인’ 세력과 절연한다고 분명하게 선언함으로써 중도 확장과 보수 통합을 위한 쇄신 의지를 입증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동훈 전 대표 징계 논란 등으로 위험수위에 이른 당내 갈등을 수습하는 리더십과 포용력을 발휘해야만 한다. 이런 행동들의 뒷받침 없이 당명을 바꾸는 것만으로 보수가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기는 극히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