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중국이 ‘첨단산업의 쌀’로 불리는 희토류를 앞세워 일본을 연일 압박하고 나서면서다. 중국 상무부가 지난 6일 일본 내 군사적 용도 사용자에 대한 희토류 등 이중용도(군민양용) 물자의 수출을 금지하기로 한 데 이어, 수출 제한 조치를 민간용으로까지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특히 중국산 희토류를 일본에 수출한 제3국까지 처벌하겠다는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 방침은 대중 희토류 의존도가 90%에 이르는 한국에도 실질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6일 밤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의 최근 부당한 행태를 고려해 정부는 일부 희토류 관련 품목의 수출 허가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7종류의 희토류 원소 가운데 중국이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중(中)·중(重) 희토류 등의 일본 수출에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대상에는 민간 기업으로의 수출까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중국 상무부는 7일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일본산 디클로로실란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일본 본보기로 ‘대만 레드라인’ 긋기 중국의 연이은 무역 제재 조치는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의회에서 내놓은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철회할 때까지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실제로 중국은 자국민에 대한 일본 여행·유학 자제 권고→사실상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수출 규제 등으로 압박의 수위를 올리고 있다. 중국의 이런 행태를 서구 언론들은 상대 국가를 ‘개집’에 가둬 벌을 주듯 공격하는 ‘개집 외교(Doghouse Diplomacy)’로 표현하기도 했다.
첨단산업의 목줄을 죄는 이번 조치로 일본이 입을 경제적 타격은 상당할 전망이다. 2010년에도 중국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대립 끝에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고, 당시 희토류의 약 90%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던 일본은 큰 타격을 입었다. 노무라종합연구소의 기우치 다카히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희토류 중국 의존도는 당시의 90%에서 현재 60% 정도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전기차용 모터에 사용되는 자석의 보조재료인 디스프로슘·테븀 등의 희토류는 중국산을 100% 사용한다”고 했다. 이어 “만약 희토류 수출 규제가 1년간 계속되면, 일본 경제 손실액은 2조6000억 엔(약 24조원) 정도, 명목·실질 GDP(국내총생산)는 0.43% 줄어들게 된다”고 우려했다.
희토류 제재 1년 계속 땐 일본 24조원 손실 중·일 갈등이 장기화하고 희토류 공급망에 문제가 생길 경우 여파는 한국에도 미칠 수 있다. 중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 방침은 중국산 희토류를 가공한 뒤 일본 군사 관련 사업자에게 파는 제3국 기업이나 개인도 처벌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희토류 원재료의 89.4%를 중국으로부터 사들이는 한국에(관세청, 지난해 1~9월 기준) 중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은 ‘일본 시장’과 ‘중국산 소재’ 중 선택하라는 압박이나 마찬가지다.
동시에 이는 한국 등 다른 역내 국가가 대만해협 문제에서 지금처럼 거리를 두는 객관적 입장을 유지하지 않으면 언제든 일본과 같은 처지가 될 것이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동률 동덕여대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은 일본을 본보기로 삼아 대만 문제의 ‘레드 라인’을 그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