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베네수엘라와 연계된 러시아 국적 유조선을 북대서양 공해상에서 나포하자 러시아가 “21세기형 해적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나포 당시 인근 해역에 러시아 군함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미·러 간 군사·외교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해당 선박은 미 연방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따라 합법적으로 나포됐다”며 “제재 대상 원유를 운송한 베네수엘라의 ‘그림자 함대(dark fleet)’ 소속 선박”이라고 밝혔다. 그는 “필요할 경우 선원들은 미국으로 송환돼 연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 교통부는 성명을 내고 “공해상에서는 항행의 자유가 보장되며, 어떤 국가도 타국에 정식 등록된 선박에 무력을 사용할 권리가 없다”며 미국의 나포가 유엔 해양법 협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러시아 국적 선원들을 인도적으로 대우하고 조속히 귀환시키라”고 요구했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의 레오니트 슬루츠키 국제문제위원장은 이번 조치를 “해상법을 무시한 21세기 해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로이터 통신은 익명의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나포 시점에 잠수함을 포함한 러시아 군함들이 인근 해역에 있었으나 작전 현장과의 정확한 거리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앞서 미국의 추적이 계속되자 외교 경로를 통해 추적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미군 유럽사령부(EUCOM)는 이날 엑스(X)를 통해 “미 법무부와 국토안보부가 국방부와 협력해 유조선 ‘벨라 1호’를 미국 제재 위반 혐의로 나포했다”고 밝혔다. 해당 선박은 지난달 21일 미 해안경비대의 승선 시도를 거부한 뒤 2주 넘게 추적을 받아왔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나포 작전에는 미군 특수작전용 U-28A 항공기와 해상초계기 P-8 포세이돈, KC-135 공중급유기 등이 동원됐다. 영국 국방부도 “미국의 요청에 따라 국제법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작전적 지원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벨라 1호는 이란에서 출발해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선적하려다 단속에 걸린 뒤 선체에 러시아 국기를 그려 넣고 러시아에 등록해 선명을 ‘마리네라호’로 변경했다. 미국은 이를 허위 국기 게양에 따른 무국적 선박으로 판단했다.
이번 나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오가는 제재 대상 유조선에 대한 전면 봉쇄를 지시한 이후 진행 중인 ‘그림자 선단’ 단속의 일환이다. 미 남부사령부는 같은 날 카리브해에서도 제재 대상 무국적 유조선 1척을 추가로 나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