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부터 판매, 수익금 사용처까지 전 과정을 통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베네수엘라 체제 전환을 추동하기 위해서는 원유에 대한 통제권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정치적으로 지배하는 현 상황이 1년 이상 길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은 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 의회 의사당에서 의원들에게 현안 브리핑을 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제재로 합법적 수출이 막힌 베네수엘라 원유를 미국이 대신 시장에 내놓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베네수엘라는 원유를 수출하지 못하고 저장고와 유조선에 쌓아두고 있다며 “미국이 이 가운데 3000만∼5000만 배럴을 인수해 베네수엘라가 그동안 받아온 할인 가격이 아니라 국제 시장 시가로 판매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PDVSA)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국제유가를 배럴당 50달러 선까지 낮추겠다는 구상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베네수엘라가 석유 판매로 얻은 대금을 미국산 제품 구매에만 쓰기로 했다면서 “베네수엘라는 그 돈으로 농산물과 의약품, 의료기기 등 미국산 제품만 구매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미국 주도로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판매하고, 베네수엘라가 일부 받게 되는 판매 대금도 미국산 제품 구입 용도로만 쓰이게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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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 안정화·회복·전환’ 3단계 구상 공개
루비오 장관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이같은 정책을 ‘안정화(stabilization)→회복(recovery)→전환(transition)’의 3단계 구상으로 설명했다. 그는 회복 단계에서 미국과 서방 기업들이 베네수엘라 시장에서 공평하게 사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야권 인사 사면ㆍ석방과 귀국 등 화해 절차도 병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이날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과 통화하며 카리브해 지역에서의 마약 단속 활동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ㆍ압송 등을 설명하고, 베네수엘라의 평화적 권력 이양 필요성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미 국무부는 “루비오 장관과 각국 장관들은 지속적인 협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고 전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베네수엘라가 넘기기로 합의한 원유가 곧 미국에 도착할 것이며 미 정부가 이미 베네수엘라 원유를 국제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임시정부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고 그들의 결정은 계속해서 미국의 지시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백악관 “나포 유조선은 비밀선단…기소될 것”
레빗 대변인은 베네수엘라와 연계된 러시아 국적 유조선 나포 조치에 대해서는 “북대서양에서 압류된 해당 선박은 추적 끝에 미 연방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에 따른 것이며, 제재 대상인 석유를 운송해 온 베네수엘라의 비밀 선단 소속”이라며 “필요한 경우 선원들은 연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될 수 있고 미국으로 송환돼 기소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빗 대변인은 루비오 국무장관이 의회를 상대로 한 비공개 브리핑에서 베네수엘라에 중국ㆍ러시아ㆍ이란ㆍ쿠바와의 관계를 단절하라고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의 사실관계를 묻는 말에는 “루비오 장관의 발언을 확인 또는 부인하거나 자세히 언급하지 않겠지만 저는 미 행정부가 이미 베네수엘라 과도 정부 당국자들에 입장을 밝혔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곳은 서반구이고 (트럼프) 대통령하에서 미국의 지배력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 매우 분명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3000만∼5000만 배럴의 원유를 미국에 인도하기로 합의했으며 미국이 이를 판매해 얻은 수익은베네수엘라와 미국 국민을 위해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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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부 “베네수 변화 위해 원유 통제권 필요”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도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을 미국이 장기간 통제할 것이라고 했다. 미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라이트 장관은 이날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골드만삭스 콘퍼런스 행사에서 미국이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시장에서 무기한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통신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라이트 장관은 “원유의 흐름과 원유 판매에서 창출되는 현금의 흐름을 통제하면 커다란 지렛대를 확보할 수 있다”며 “베네수엘라에서 반드시 일어나야 할 변화를 추동하기 위해서는 이 원유 판매에 대한 지렛대와 통제권이 필요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셰브런, 코코노필립스, 엑손모빌 등 미국의 석유기업들이베네수엘라 석유산업 재건에 나서 원유 생산을 늘리기를 요구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원유 매장량 약 3000억 배럴로 세계 1위 원유 보유국이지만 석유산업 국유화 과정에서 인프라가 황폐화하고 미 메이저 석유기업들이 대부분 철수하면서 원유 생산량이 현저히 줄어든 상태다. 1990년대 하루 약 300만 배럴 수준이던 원유 생산량은 최근 약 70만 배럴로 쪼그라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9일 백악관에서 주요 석유기업 경영진과 만나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 재건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