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7회계연도 국방예산을 1조5000억 달러(약 2176조원)로 대폭 증액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수준보다 50% 이상 늘리는 것으로, 실현될 경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방비 증액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상·하원 의원과 각료, 정치 지도자들과 길고 어려운 협의를 거쳐 2027년 국방 예산은 1조 달러가 아니라 1조5000억 달러가 돼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우리가 오랫동안 누릴 자격이 있었던 ‘꿈의 군대(Dream Military)’를 구축하고, 어떤 적이 있더라도 미국의 안전과 안보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 의회를 통과해 시행 중인 2026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 국방예산은 국방수권법(NDAA) 기준 9010억 달러(약 1307조원)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이보다 약 6000억 달러(약 870조원)를 추가로 늘리자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국방비 지출에서 세계 2위부터 10위까지 국가의 합계보다 많은 예산을 쓰고 있어,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자신의 관세 정책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과거 전례 없는 수준으로 미국을 갈취해온 다른 나라들로부터 막대한 관세 수입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1조 달러 규모를 유지했을 것”이라며 “관세를 통해 창출된 엄청난 수입 덕분에 1조5000억 달러라는 수치를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같은 수입으로 “국가 부채를 줄이고, 중산층 애국자들에게 상당한 배당을 지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관세 수입만으로 대규모 국방비 증액을 충당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30일까지 관세 수입은 약 1950억 달러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별도로 관세 수입을 활용해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2000달러 규모의 ‘관세 환급 수표’를 지급하겠다는 구상도 밝힌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산업체를 향해서도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방산 기업들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경영진 보상보다 미래 군사 장비를 위한 현대식 공장 건설에 투자해야 한다”며 “중요 장비의 생산과 유지·보수가 제때 이뤄질 때까지 배당금 지급과 자사주 매입, 경영진 보상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국방비 증액 구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강경한 대외·안보 행보와 맞물려 해석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 이후에도 카리브해에 배치한 미군 병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문제와 관련해서도 미군 활용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국방예산 증액안은 의회의 승인 없이는 시행될 수 없다. 재정 부담과 정부 지출 감축 기조와의 충돌을 둘러싸고 의회 내에서 치열한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