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3월 노동당 정치이론 기관지 '근로자'를 통해 권력 계승 문제의 본질은 수령을 그대로 이어받을 '후계자'를 세우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뒤늦게 파악됐다.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약 3개월간의 잠행을 마치고 공개 활동을 재개하던 시기와 맞물린 것으로 노동당 간부들을 상대로 후계 구도를 염두에 둔 사상교육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2025년 3월호 근로자에는 '현호'라는 필자 명의로 '조선노동당은 영도의 계승 문제를 빛나게 해결한 위대한 당'이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필자는 노동당이 "영도의 계승 문제 해결에 관한 독창적인 사상이론을 마련한 위대한 당"이라며, "정치적 수령의 지위와 역할을 계승하는 후계자를 내세우고 그의 지도체제를 세우는 문제"가 그 본질임을 노동당은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민의 지도자를 수령의 지위와 역할을 그대로 이어받은 수령의 후계자로 내세운다"고 언급했다. 이어 "인민들의 존경과 신뢰, 전당의 조직적 의사에 따라 (후계자를) 추대하는 사업", "수령의 생존 시에 후계자의 영도체계를 세우는 사업"을 계승 문제 해결을 위한 기본적 요구로 언급했다.
후계 구도에 장애가 되는 요소에 대해서는 이를 '불건전한 현상'으로 규정하고 투쟁해야 한다는 주장도 담겼다. 필자는 간부·당원·근로자 사이에서 후계자에 대한 충실성을 배양하는 것과 후계자의 유일적 영도체계와 어긋나는 "온갖 불건전한 현상과 요소들을 반대하는 투쟁을 강화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노동당은 계승의 '위대한 전통'을 이미 마련했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이 선대 지도자 생존 당시부터 권력승계 작업을 시작했던 사례를 들었다. 특히 1970년대 김정일이 아버지 김일성 주석 아래에서 후계자로서 당을 장악한 것을 거론했다. 이어 김정일 역시 "일찍부터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주체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이끌어 나가실 위대한 계승자로 키우시는 데 깊은 관심을 돌리시고 커다란 심혈을 기울이시었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에 비해 후계자 준비 기간이 짧아 집권 초 정치적 기반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집권 직후 고모부 장석택을 처형하고 당·정·군 간부에 대한 대대적 물갈이에 나선 것도 어린 지도자로서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정은이 자신의 후계자에게는 충분한 준비 시간을 주기 위해 후계 구도 구축에 속도를 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는 딸 주애는 2022년 11월 북한의 화성 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현장에 처음 등장했는데, 당시 나이가 만 10살 안팎으로 추정됐다.
근로자가 후계자에 대한 글을 발간한 시점이 지난해 3월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주애는 지난해 1월 극초음속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시험 발사장 동행 이후 석 달간 공개 석상에 나오지 않았다. 이후 해당 글이 실린 직후인 4월 초 평양 화성지구 편의시설 건설 현장에 등장했다. 당시 김주애는 가죽 재킷과 바지 정장을 입었고, 아버지 김정은과 키가 비슷한 모습이었다.
실제 북한은 김정은을 ‘세 살부터 총을 잡고 사격해 명중시킨 청년 대장’으로 묘사하며 우상화를 진행해온 것처럼 김주애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우상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박영자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일 토론회에서 탈북민 증언을 인용해 북한 내부에서 김주애를 '콤퓨터(컴퓨터) 천재'로 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핵무력 건설에 동참하는 ‘컴퓨터 천재 샛별 여장군’으로 김주애를 떠받드는 서사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북한은 올해 초로 예상되는 제9차 당 대회를 앞두고 간부들에게 인민과 수령에 대한 "헌신적인 복무 정신"을 강조하며 내부 사상 무장에 나섰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1면에 '일꾼들은 인민을 위한 헌신적 복무의 자랑찬 성과를 안고 당대회를 떳떳이 맞이하자'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제9차 대회 앞에 자기들의 당성, 혁명성, 인민성을 엄정히 검증받게 되는 매우 책임적인 시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