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계엄 사과 후폭풍이 거세다. 국민의힘에선 8일 소장파와 친한계를 중심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 빠진 반쪽 사과”란 비판이, 아스팔트 강성 지지층에선 “원칙을 저버린 배신”이란 반발이 동시에 나왔다. 당 기조 변화를 천명한 장 대표는 ‘반(反) 이재명’ 인사를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하고, 이르면 내달까지 당명 개정을 완료하는 등 쇄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는 8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윤어게인’ 절연 없는 계엄의 극복이라는 것은 허상”이라며 “계엄 사과 하루 전 고성국(보수 유튜버)이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계엄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당을 대표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친한계 한지아 의원도 이날 BBS 라디오에서 “절연 메시지 없이 계엄의 강을 건널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의 선거 연대 손짓에 재차 선을 그었다. 천하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은 윤어게인 세력과 단절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강성 보수 지지층은 “장 대표가 배신했다”며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구독자 73만명을 보유한 전한길 씨는 7일 유튜브 채널 ‘전한길 뉴스’를 통해 “남들이 계엄 사과를 할 때 ‘안 된다’고 했던 스스로를 부정했다. 윤 전 대통령을 버리는 순간 지지자들은 장 대표를 버릴 것”이라고 했다. 127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성창경TV’도 같은 날 “전통적인 지지층들은 그야말로 멘붕 상태”라며 “윤 전 대통령의 재판 선고를 앞두고 사과를 한 것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하지만 상당 수 의원들 사이에선 “계엄 사과로 급한 불은 껐다”(재선 의원)는 평가도 나온다. 친한계 우재준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우리 당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솔직하게 드러낸 첫 걸음이었다. 진심으로 응원하며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신동욱 최고위원도 CBS라디오에 출연해 “포괄적인 사과 속에 절연의 의미는 다 함축돼 있다”고 했다.
장 대표는 전날 당 쇄신 기자회견을 한 지 하루 만에 후속 인선도 단행했다. 당 대표가 임명 권한이 있는 지명직 최고위원에 조광한 전 남양주시장(경기 남양주시병 당협위원장)을 내정했다. 조 전 시장은 ‘민주당 출신·호남 출신’ 인사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남양주시장이었을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다 지난 2023년 9월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조 전 시장은 2021년 이 대통령이 당시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계곡 불법 시설물 정비 사업을 실시했다’고 홍보하자 “남양주시의 성과를 가로챈 궤변”이라고 했었다. 당 관계자는 “외연확장 차원에서 민주당 출신이자 호남 인사를 임명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조 전 시장이 과거 ‘반탄활동’을 했다는 점에서 우려도 나온다. 조 전 시장은 지난해 2월 ‘탄핵반대 당협위원장 모임’에서 “피 한 방울, 총소리 한번 나지 않은 2시간짜리 비상계엄”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사과 하루 만에 윤 어게인 인사를 측근으로 둔 것으로, 장 대표의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것”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이날 김도읍 의원의 사퇴로 공석이 된 정책위의장엔 3선 중진인 정점식 의원을 내정했다. 정 의원은 합리적 성향으로 당내 신임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친윤계 핵심으로 꼽힌 인물이라는 점에서 “계엄에 사과한 장 대표가 강성 지지층을 달래기 위한 인선”(초선 의원)이란 반응도 나온다. 이어 당 특보단장에 중도적 성향의 김대식 의원을, 신설된 정무실장에는 언론인 출신 김장겸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장 대표는 내달 안에는 당명 개정을 완료하겠다는 구상이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늦어도 2월 말까지는 (당명 개정이) 완료되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달 중 당원들을 대상으로 당명 개정 투표를 진행한 뒤 과반이 동의할 경우, 차기 당명에 대한 대국민 공모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지영 국민의힘 홍보본부장은 “현재 당명엔 계엄과 탄핵이 오버랩 되는 측면이 있어 당명을 바꾸겠다는 것”이라며 “보수 통합을 고려한 명칭도 고려 대상”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당명 개정을 한다면 1990년 민주자유당을 시작으로 1995년 신한국당, 1997년 한나라당, 2012년 새누리당, 2017년 자유한국당, 2020년 미래통합당에 이어 7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