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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롱 환자' 고민인 자동차보험…위탁 심사로 11년간 1조원 아꼈다

중앙일보

2026.01.07 23:28 2026.01.08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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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보험은 현재 심평원에 진료비 심사를 위탁하는 체계다. 사진 셔터스톡
자동차보험에 위탁 심사 제도가 적용되면서 진료비를 1조원 이상 아끼는 효과가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보 가입 차량당 보험료를 해마다 3만원 가까이 낮춰준 셈이다. 이른바 '나이롱 환자'(가짜 환자)를 걸러내기 위한 진료비 심사 강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연구책임자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은 8일 이러한 내용의 '자동차보험 위탁심사사업 효과평가 및 운영방안 개선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자보 환자의 적정 치료 여부 등에 대한 심사는 원래 각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맡았다. 하지만 허위·과잉진료, 진료비 분쟁 등이 불거지면서 건강보험 진료비 심사·평가 등을 담당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이 업무를 대신 맡게 됐다. 심평원 위탁 심사 체계는 2013년 7월부터 이뤄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보 위탁 심사 제도의 경제적 순편익은 11년간 총 1조91억원으로 추산됐다. 위탁 심사를 하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와 진료비 억제, 과잉진료 사전 예방·사후 관리 등의 편익을 비교한 결과다.

특히 불필요한 입원 감소 등은 자보 가입자들의 보험료 부담을 낮추는 효과로 이어졌다. 가입 대수당 납입 보험료 절감액은 연평균 2만6000원으로 분석됐다. 홍석철 교수는 "위탁 심사가 없었으면 가입자들의 보험료가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수술실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배경엔 심사 기준의 꾸준한 강화 등이 있다. 2022년 입원료 심사 강화로 염좌 입원료 미인정, 2023년 장기 치료 시 진단서 제출 의무화가 대표적이다. 사고로 경미한 부상을 당했음에도 더 많은 보험금을 타내려고 불필요한 진료를 받거나 오랫동안 치료받는 행태를 줄인다는 취지다.

김애련 심평원 자동차보험심사센터장은 "최근엔 자보 환자의 기저질환(기왕증)도 이슈가 되고 있다. 질환이 자동차 사고로 갑작스레 악화한 건지, 원래부터 문제였는지 등을 명확히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독립적이고 전문성 있는 진료비 심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만 제도상 한계도 있다. 심평원이 진료비 심사만 맡고, 진료 수가 기준을 논의하는 진료수가분쟁심의회엔 참여하지 못하면서 의견 조율 등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식이다. 또한 자보 심사 기준을 전문적으로 검토할 상근 심사위원도 부족하다. 건보(정원 55명)보다 훨씬 적은 3명뿐이라, 담당 위원이 없는 내과 질환 등의 업무는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다 보니 최근 한방 중심으로 보험금 지급이 늘면서 재정 부담도 커지고 있다. 2020~2024년 자보 환자 수는 연평균 0.1% 줄었지만, 진료비는 연 3.9%씩 늘었다.
터널 내 대형 교통사고 대비 합동 모의훈련에서 소방차과 구급차가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연구진은 향후 '나이롱 환자' 같은 과잉진료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려면 심평원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는 법제화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심평원이 보험사와 연 단위 위탁 계약을 맺는 대신,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 심평원의 고유 업무로 규정하는 식으로 법적 권한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심사 기준 개선을 위한 상근 심사위원 확충, 심평원이 참여하는 전문 심의 기구 설치 등도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홍석철 교수는 "현재의 위탁 심사 방식으론 과잉진료를 빠르게 막을 심사 기준 강화 등에 한계가 있다"면서 "자보 심사를 심평원 고유 기능으로 법제화하면 보다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지고, 진료비 억제와 보험료 절감 효과도 커질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정종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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