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12·29 제주항공 참사’ 당시 항공기가 충돌한 콘크리트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둔덕이 없었더라면 탑승객 전원이 중상 없이 생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회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8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로부터 제출받은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둔덕이 없었을 경우 탑승자 전원이 생존했을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도출됐다”고 밝혔다.
항철위는 지난해 3월 한국전산구조공학회에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둔덕이 사고 피해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학회는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기체와 활주로 등을 가상 모델로 구성한 뒤 여객기와 둔덕 충돌 상황을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콘크리트 둔덕이 없었다면 항공기는 동체 착륙 후 활주로를 일정 거리 미끄러진 뒤 큰 충격 없이 정지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또 둔덕이 콘크리트가 아닌 ‘부서지기 쉬운 구조(Frangibility)’로 설치돼 있었다면 항공기가 공항 담장을 넘어 인근 논밭으로 이탈했을 가능성은 있으나, 이 경우에도 중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해당 결과는 확정적인 사고 조사 결론은 아니지만, 콘크리트 둔덕이 사고 피해를 키운 결정적 요인이라는 항공업계 안팎의 지적에 힘을 싣는 분석으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국토교통부가 해당 둔덕이 안전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는 점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 의원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제출한 국회 자료에서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시설은 공항 안전 운영 기준에 미부합했다”며 “2020년 개량 사업 당시 정밀 접근 활주로 종단으로부터 240m 이내 구간은 부서지기 쉬운 구조로 개선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사고 직후에는 콘크리트 둔덕과 관련해 “법 위반은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후 박상우 당시 국토부 장관이 “규정의 물리적 해석만 따른 점은 아쉽다”고 언급한 적은 있으나, 규정 위반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컬라이저 안전 규정은 2003년 제정돼 2010년부터 적용됐으며, 무안공항에서는 2020년 5월부터 2024년 2월까지 개량 공사가 진행됐다. 이에 따라 당시에도 해당 규정을 충족하도록 설계와 시공이 이뤄졌어야 한다는 책임론이 제기된다.
김 의원은 개량 공사 설계 용역 입찰 공고에는 ‘부서지기 쉬운 구조 확보 방안 검토’가 명시돼 있었지만, 실제 용역 보고 과정에서는 해당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고 국토부와 한국공항공사가 이를 그대로 수용했다며 부실 검증 문제를 지적했다.
김 의원은 “둔덕이 없었다면 모두 생존할 수 있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로 정부의 기존 입장이 뒤집혔다”며 “부서지기 쉬워야 할 둔덕이 오히려 ‘죽음의 고개’가 된 경위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설계부터 개량 공사 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와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