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3박 4일 중국 국빈 방문에 대해 “한·중 관계 전면 복원이라고 하는 든든한 토대가 마련됐고, 경제·문화 전반의 교류 협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발판도 잘 구축됐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또 영원한 규칙도 없는 냉혹한 국제 질서 속에서 대한민국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개척하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에 달려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의 중재자 역할을 요청한 것도 주요 성과로 꼽고 있다. 이 대통령 역시 전날 귀국 직후 SNS에 “한반도에도 언젠가는 혼란과 적대의 비정상이 극복되고, 서로 존중하며 공존공영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적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한·중 정상이 ‘미·중 갈등’ 같은 첨예한 이슈를 비껴가는 방식으로 접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상호 존중하고 서로의 입장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된다”(이 대통령), “서로의 핵심 이익과 주요 관심사를 배려해야 한다”(시 주석)는 양측의 발언부터 그런 취지가 담겼다는 것이다. 김정섭 세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중의 전략 경쟁에서 한국의 선택 문제가 부각되지 않게 관리됐고, 서해 구조물 문제에도 의견 접근을 이뤘다”며 “중국도 갈등 이슈를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통령 앞에 놓인 외교 난제가 ‘첩첩산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날로 격화되는 중·일 갈등은 당장 직면한 과제다. 1월 중순 일본에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 상무부는 한·중 정상회담 다음 날인 6일 ‘일본에 대한 이중용도 물자(민간용·군용으로 모두 활용 가능한 물자) 수출 통제 강화에 관한 고시’를 발표하고 즉각 시행에 들어갔다. 희토류와 반도체 소재 등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품목이 다수 포함됐다. 반대로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 본섬 북서쪽 약 400㎞ 해역에서 포착된 중국 측의 굴착선 투입 가스전 시굴 활동에 항의하면서, 중·일 간 ‘영토 갈등’으로 확대되는 조짐마저 보인다.
이 대통령은 중·일 갈등에 대한 중재자 역할에 대해 “지금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매우 제한적”(7일, 순방 기자단 간담회)이라며 거리를 뒀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공감을 밝힌 만큼, 거꾸로 일본 측이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 입장 표명을 요구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중·일 갈등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 측에선 한국의 일정한 입장 표명이 절실할 것”이라며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가 불투명한 현 상황은 우리 입장에서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와 미국의 ‘에너지 카드’ 대립이 한국의 입지를 좁힐 거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 군사작전을 벌이면서 ‘돈로주의(Donroe Doctrine)’를 본격화한 만큼, 중국 역시 동북아 지역에서 ‘힘의 외교’를 본격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미국의 행동으로 인해, 중국이 같은 논리를 앞세워 자국의 핵심 이익을 위해 주권·영토 제약을 넘어 행동하더라도 국제 정치 논리상 막기 힘들게 됐다”며 “최악의 경우 중국의 전략적 요충지인 제주 강정항이나 이어도를 중심으로 한 해양 안보 갈등이 증폭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