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기술은 성실성·끈기서 나와”
세계 2% 과학자 18명, 장관 2명 배출
“양보다 파급력” 논문 피인용 1위
캠퍼스 인근 GTX·동북선 개통
지역과 함께 ‘벽 없는 대학’ 청사진
2034년 설립 100주년 “AI시대, 더 큰 역할”
광운대는 2020년대 들어 두 명의 장관을 배출했다. 수학과 출신의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2022~23년)은 암호학을 기반으로 스타트업을 20여년 간 운영하다 장관에 발탁됐다. 이재명 정부에서 인공지능(AI)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부총리 겸 장관도 학·석·박사 과정(전자공학) 모두 광운대에서 마쳤다.
광운대는 1964년 국내 대학 최초로 전자공학과를 개설한 이공계 분야 강자다. 최근 반도체 관련 학과의 취업률은 80%에 육박한다. 지난달 17일 방문한 서울 노원구 캠퍼스에선 전자공학과 1학년 학생들이 1년 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뽐내고 있었다. 손 모양 로봇이 카메라로 사람의 동작을 인식하고 사람처럼 물건을 집어 올렸다. 학생들은 “책, 인터넷으로 배우기 힘든 기술을 숱한 시행착오 끝에 구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집무실에서 만난 윤도영(62) 총장은 “광운대 학생의 가장 큰 장점은 성실성”이라며 “새벽까지 불 밝힌 실험실에서 엉덩이를 붙이고 끈기 있게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이 사회로 나가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소개했다. 다음은 윤 총장과의 일문일답.
-전자공학이 주류인 광운대에서 타과 교수론 10여년 만에 총장에 선임됐다(※윤 총장은 화학공학 전공). “화학공학을 연구하다 보면 전자공학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물질의 미세한 흐름을 연구하는 데 필요한 고가의 전자공학 장비를 학교에서 지원받았다. 덕분에 2011년 미국 공군과 연구 조약(CRADA)을 맺는 성과를 이뤄냈다. 미군 밖 기관과는 최초로 맺은 조약이다. 환경대학원장 시절엔 학위보다 환경을 진심으로 연구하고 싶어하는 수요가 있다고 보고 학생 모집과 학사운영, 강의를 직접 챙겼다. 환경운동가뿐 아니라 기업인과 정치인도 강의를 듣더라. 이런 성과 때문에 (주변에서) 지지해준 것 같다.”
-캠퍼스가 북한산 자락에 있어 공기가 맑다. “서울의 명산 북한산과 도봉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인근에 수락산·불암산도 있다. 산 사이로 우이천과 중랑천이 흐르는 명당이다. 설립자 화도 조광운(1899~1980) 박사가 1934년 조선무선강습소라는 이름으로 통신 기술을 가르치는 학교를 세웠다. 서울 남대문 인근 봉래동에 있었다가 광복 이후 이곳에 기틀을 잡았다. 통신을 공부한 광운대 출신들이 6·25 전쟁 중 활약했다는 사료도 있다. 1964년 국내 대학 최초로 개설된 전자공학과의 졸업생들이 라디오와 휴대전화, 반도체 개발 주역이 됐다.”
-광운대는 인공지능(AI)을 어떻게 보는가.
“‘챗GPT가 모든 걸 해준다’, ‘AI 시대에 소프트웨어(SW) 개발자가 모두 사라진다’ 등의 예측은 옳지 않다. 코딩은 직접 짜봐야 한다. 상세한 변수를 넣고 상황에 맞게 제어하려면 손과 머리로 경험해야 한다. 반도체 표면을 감싸는 물질을 개발한다고 치자. 진공을 어느 수준으로 맞춰야 할지, 이에 따라 방진과 방수 능력이 얼마나 향상될지는 세부 단계별로 실험해야 올바른 결과가 나온다. 반도체와 같은 첨단 전자부품을 개발하는 과정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요즘 AI를 활용한 부정행위가 한창 논란인데. “시대에 맞게 대학 교육도 달라져야 한다. 이젠 정답을 묻기보다 ‘어떤 과정을 통해 이 문제에 접근했는지’ 묻는 게 바람직하다. '껐다(0)'와 '켰다(1)'만 가능한 전자기기에 매몰되지 않고 아날로그가 깃든 예술적 감성이 있어야 AI에 대한 통제력도 키울 수 있다. 설립자 조광운 박사도 ‘아무리 진선진미한 과학기술이더라도, 인간다운 품격이 깃들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중앙일보 대학평가(2025년)에서 논문 피인용 1위를 기록했다.
“교수들에게 단순히 논문 수를 늘리라는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연구의 파급력을 최우선 가치로 뒀다. 피인용 1건당 5만원, 연간 1000만원 한도로 주는 ‘논문 피인용 장려금’ 제도도 운용한다. 네이처·셀·사이언스 등 유명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할 때는 3000만원을 준다.”
-‘세계 상위 2% 과학자’도 18명이나 나왔다. “교수 18명이 미 스탠퍼드대와 글로벌 학술출판사 엘스비어가 선정한 세계 상위 2% 과학자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엔 반도체 분야 젊은 교수들의 활약이 특히 눈에 띈다. 채주형 전자통신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저전력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반도체 대기업에서 메모리 설계를 하던 고급 인재였다. 구상모 전자재료공학과 교수는 지난달 산업통상부의 차세대 전력반도체 추진단장으로 선임됐다.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핵심 부품인 전력반도체 개발을 위해 정부 추진단을 지휘한다.”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C 노선이 광운대역을 지나가게 된다. “서울 강남 중심부인 삼성역까지는 9분 만에 연결된다. 반도체 기업이 모여있는 수원에서는 33분이면 올 수 있다. 2027년에는 왕십리역과 상계역을 잇는 서울 경전철 노선인 동북선도 개통해 광운대역을 통과한다. 인근 성북구 장위동도 재개발되고 있다. ‘벽이 없는 대학’ 개념으로 지역과 함께하는 새로운 캠퍼스 청사진을 구상하고 있다.”
-2034년이면 설립 100주년을 맞는다.
“1934년 설립 이래 지난 90여년 동안 줄곧 전자 산업과 국가 발전에 이바지했다고 자부한다. 정보화 시대를 거쳐 앞으로 다가올 AI 시대에 사회에 더욱 큰 역할을 하겠다.”
☞윤도영 총장 = 1986년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플로리다대 박사후연구원을 마치고 1993년부터 광운대에서 재직했다. 교무처장·공과대학장·환경대학원장을 역임한 뒤 2025년 7월 제13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06년 교육부총리·서울시장 표창을 받았다. 미 공군 최우수 논문상(2011년)과 한국화학공학회 학술상(2016년)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