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 직장인 이모(30)씨는 8일 오전 삼성전자 실적 발표 속보를 보고 하루종일 고민에 빠졌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주가를 보며 돈을 더 넣어야 할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팔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해서다. 이씨는 삼성전자 주가가 한창 오르던 2021년 초 ‘9만 전자’에 올라탔지만, 이후 기약 없는 하락장에 5년을 버텨왔다. 이씨는 “여기저기서 반도체가 앞으로 더 오를 거라고 해서 일단 들고 있는데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56% 내린 13만8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8거래일 만의 하락이다. 장중 한때는 14만45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전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20조원이라는 전례 없는 호실적을 발표하며 매수세가 몰렸지만, 차익실현 매물이 이를 압도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미 일부에서 영업이익 20조원 전망이 나왔던 만큼 수급 싸움이 활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가총액 2위 SK하이닉스 역시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전날보다 1.48% 내린 채 거래를 시작했지만 오전 한때 6.2% 오른 78만8000원까지 치솟았다. ‘78만 닉스’를 뚫은 건 이 날이 처음이다.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상승 폭을 내린 75만6000원(1.89% 상승)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새해 들어서만 2일 67만원, 5일 69만원, 6일 72만원, 7일 74만원 고지를 밟으며 하루에 2~3만원씩 뛰었다.
해외 투자은행(IB)과 증권사는 대형 반도체주에 대한 목표 주가를 앞다퉈 올려잡고 있다. 지난 7일 맥쿼리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각각 24만원, 112만원으로 높여 제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8일 SK하이닉스 목표 주가를 37% 올린 96만원으로 조정했다. 하지만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가가 언제까지 오르기만 할 수는 없다”며 “정부가 코스피 5000을 공약한 만큼 증권사가 목표 주가를 내릴 수도 없는 속사정도 있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를 집중 투자해온 개인 투자자 이모(35)씨는 결국 지난 6일 보유한 주식의 거의 전량을 매도했다. 지난해 ‘55만 닉스’에 올라탄 이씨는 “지난 크리스마스 이후 반등하길래 이제는 마음고생을 안 하고 싶어서 전부 팔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또 거침없이 올라가는 주가를 보고 “조정 국면에 다시 단타로 들어가야 하나 혼란스럽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영업이익과 수출 실적, 세계 인공지능(AI) 수요 등을 근거로 ‘매수’ 신호를 유지하고 있지만, 투자 과열을 우려하며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권유했다. 이은택 KB증권 자산배분전략부장은 “2021년 ‘과잉 발주’된 반도체가 2023년 1분기 ‘과잉 재고’가 돼 SK하이닉스 영업이익률이 급락했던 것처럼, 달콤한 파티가 훗날 거대한 후폭풍을 몰고 올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