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공습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생포는 전술적으로 성공했을지는 모르나 전략적 함의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여파는 아마도 지구 반대편 한반도에까지 미칠지도 모른다.
마두로 제거는 성공적이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잔혹한 정적 억압, 마약 밀매 그리고 쿠바 독재정권을 지지했던 마두로 정권의 몰락에 대해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거주 베네수엘라인들은 기뻐했고, 베네수엘라 국민도 앞날은 불투명하지만, 독재자가 사라진 것에는 내심 반색했을 것이다.
최선은 임시 대통령과의 협력
미 직접 통치, 국내 반발 가능성
아프간 철수 사태 재연되면 최악
이제 앞으로 벌어질 일을 놓고 우리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 있다. 트럼프나 미국의 동맹국에 최선의 시나리오는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임시 대통령)이 미국과 손잡고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로 부상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베네수엘라 국민의 정치 참여를 보장해 이들의 무더기 해외 이주를 막고, 베네수엘라가 마약 밀매의 허브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이는 트럼프가 무력을 사용해 마두로를 축출한 것에 대한 입장차를 극복하고 미 동맹과 역내 파트너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과 베네수엘라 관계가 긴밀해지면 쿠바·러시아·중국에 대한 카리브해 국가들의 지지세도 약화시킬 수 있다. 반정부 시위가 거세지고 있는 이란 정부도 큰 압박을 느낄 것이다. 미국은 장차 쿠바에 대한 압력 수위를 높이려고 할 수 있겠지만 동시에 중국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긍정적인 시나리오가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작전 이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 국민의 17%만이 마두로 제거 작전을 지지했다는 점에서 이번 작전의 성공으로 트럼프가 얻을 정치적 이득은 커 보이지 않는다.
핵무기와 사이버 역량, 엄청난 규모의 지상군을 보유한 중국·러시아도 크게 위축될 것 같지 않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제거 작전 성공 이후 수 주간 종적을 감추긴 했지만, 그의 아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아버지와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의 군사력을 갖고 있고, 이미 2018년 트럼프의 유명한 ‘화염과 분노’ 경고도 비웃은 바 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트럼프에겐 성공일지 모르겠지만, 미국 의회나 전 세계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것이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트럼프가 공언한 대로 미국이 석유와 가스를 통제하며 베네수엘라를 통치하는 그림이다. 이는 19세기에 성행했던 미국의 함포 외교와 유사한 것으로, 국제적 비난과 베네수엘라 내 반발을 면치 못할 것이다.
게다가 베네수엘라 석유에서 나온 수익이 트럼프 일가나 측근들에게 돌아간다면 의회 조사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트럼프가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저지하려고 했을 때 공화당 내 마가(MAGA) 세력의 이탈을 불러왔던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마가 세력 일부는 이번 베네수엘라 침공에 격분하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 이전이라도 이들이 청문회와 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민주당의 편을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칫 잘못하면 트럼프는 스스로 정치적 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트럼프와 세계 모두에 불행한 결과인데 바로 트럼프가 베네수엘라에 대한 통제권을 잃는 상황이다.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지금까지는 미국의 침공을 규탄하면서 마두로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반발이 지속된다면 트럼프는 전 세계가 지켜보는 앞에서 망신을 당하는 꼴이다.
트럼프는 필요하다면 강력하게 추가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베네수엘라는 우크라이나와 비교할 때 훨씬 큰 나라이고 지형적으로 더 험난하다. 베네수엘라 국민이 우크라이나처럼 저항에 나선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맞서기가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통제권 상실은 결국 2021년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철수에 버금가는 굴욕이다. 그런 상황은 중·러에 커다란 기쁨을 안겨줄 것은 명약관화다. 이는 곧 동아시아와 한반도 안보에 있어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