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발탁은 대한민국 사회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어떤 사람이 장관이 돼야 하는가.
이재명 대통령은 ‘통합’을 내세운다. 그러나 이 인선은 통합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이 후보자는 보수 진영의 존경을 받는 이도 아니고, 보수 진영이 천거하지도 않았다. 보수 야당과의 협의도 없었다. 통합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한 가치지만, 살펴봐야 할 다른 가치도 많다.
고위 공직자 되려면 인성이 중요
이 후보자, 확장 재정 옹호 모양새
이 대통령 ‘용인’에 의구심 커져
이 후보자에겐 탄핵 반대 활동 말고도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의 인성(人性)과 정부 내 역할이다. 우선 인성. 이 후보자가 국회의원 시절 인턴 직원에게 했다는 폭언(“널 죽였으면 좋겠다” 등)은 귀를 닫고 싶을 만큼 소름 끼친다. 해당 인턴은 방송 매체에 “아랫사람을 대하는 태도, 사람에 대한 예의도 고위공직자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백번 맞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인사청문회 검증을 지켜보겠다고 한다. 무엇을? 우리 사회가 지도층의 언어폭력과 갑질을 어디까지 용인하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인가. 만약 그 정도 언어폭력은 괜찮다는 인식이라면 실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이 후보자 가족의 엄마 찬스, 아빠 찬스,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연일 얹어지고 있다.
둘째는 이재명 정부에서 그의 역할이다. 이 후보자는 그간 진보 정권의 확장 재정과 이 대통령의 기본소득 정책을 ‘포퓰리즘’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해 온 인물이다. 청와대는 이 후보자가 ‘레드팀’(조직 내부에서 반대 입장을 제시해 문제 시정에 기여하는 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레드팀 전략은 이 후보자가 확장 재정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다. 현실성 없는 얘기다. 확장 재정은 이재명 정부의 트레이드 마크다. 이미 올해 예산을 작년보다 8% 넘게 늘렸다. 중기재정계획엔 확장 재정이 앞으로도 계속돼 2029년 국가채무가 2025년(본예산 기준)보다 515조원 이상 많은 약 1789조원으로 불어나는 걸로 돼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8.1%에서 58%로 치솟는다.
이 후보자 스스로 재정 파수꾼의 사명감을 갖고 방만한 재정에 적극 메스를 대는 상황도 잘 그려지지 않는다. 이 후보자는 재정 수술의 전문가도 아니고, 사명감도 의문이다. 오히려 계엄과 탄핵에 대해 입장을 180도 바꾼 것처럼 확장 재정 옹호론자로 돌변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는 벌써 “재정이 적극적인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시동을 걸었다(6일 재정정책간담회). 결점 많은 사람이 중용되면 더 충성을 보인다는 세간의 말은 역시 틀리지 않는 것인가. 이 후보자 인선이 던진 파장은 크다. 여당은 이 대통령의 인선 원칙에 의구심을 품게 됐고, 야당의 적개심은 더 커졌다. 무엇보다 자괴감을 느끼는 국민이 많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낙점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그래서 중국 병법서의 차도살인지계(借刀殺人之計:남의 칼을 빌려 상대를 죽이는 계책)가 소환된다. 여기서 이 후보자가 ‘남의 칼’이고, ‘살’의 대상은 보수 진영이다. 일단은 성공으로 볼 수 있겠다. 이 후보자의 민낯은 보수 진영이 얼마나 엉터리였는가를 드러냈다.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세 번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이후 두 번 낙선했다. 공당의 검증이 이렇게 허술해도 되는가. 그래서인지 민주당은 태연자약하다. “국민의힘에서 다섯 번인가 공천했던데 다섯 번 공천할 때는 왜 가만히 있었는가”(정청래 민주당 대표)라는 식이다. 지난 공천은 국민의힘의 허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결격 인물을 장관직에 앉히는 것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될 수는 없다.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사실 차도살인지계는 위험하고 비겁한 ‘수’다. 이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예산처 장관 기용에 그런 정략을 썼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나라 안팎이 어렵다. 인사가 만사인데, 여러모로 잘못된 인사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