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말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한 후 3년 남짓밖에 안 지났지만, 벌써 AI는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산업현장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챗GPT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코파일럿, 그리고 구글의 제미나이 같은 AI 프로그램들은 문서 요약이나 자료 조사에 탁월한 성능을 보여 이미 학교나 기업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챗GPT 3년 만에 일상생활 큰 변화
10년 내에 범용AI가 출현할 전망
AI시대 5년은 영원에 가까운 시간
교육 제도 변화는 거북이 걸음만
예를 들어 대학교에서는 에세이를 쓰는 숙제나 시험에서 학생들이 AI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그 대책을 마련하는데 골치를 앓고 있다. 또한 AI는 고용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였다. 법률사무소에서는 과거 판례 조사를 주로 하던 젊은 변호사들 채용을 줄이고 있고, AI가 컴퓨터 코딩을 할 수 있게 되자 많은 IT회사들이 프로그래머들의 채용을 줄이거나 해고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유수 대학의 컴퓨터 전공 졸업생들까지 취업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런 변화가 매우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빅테크 회사들이 사운(社運)을 건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AI 프로그램을 발전시키고 있고, 여기에 중국 회사가 뛰어들어 미·중 간의 경쟁이 불꽃을 튀기기 때문이다. AI 기술의 선점이 앞으로 회사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 믿고 모두 전력투구를 하는 상황이다.
AI가 이처럼 빨리 발전한다면 앞으로 10년 이내에 모든 면에서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범용AI(AGI)가 출현할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의 AI는 특정한 분야에서만 인간을 도울 수 있다는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앞으로 범용AI가 출현한다면 그 변화의 크기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과연 인류 사회가 적응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가히 인류 문명의 전환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중차대한 시기에는 잠시의 방심이 국가의 운명을 바꿀 수 있기에, 우리나라도 ‘AI 3대 강국 도약’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는 등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AI 3대 강국 도약’ 실현을 위해 추진되는 정책으로는 AI 컴퓨터 인프라 확충, 독자(소버린) AI 프로그램 개발, AI 관련 산업 발전, AI 인재 양성 등이 있다. 물론 모두 필요한 일이지만, 이들은 모두 ‘공급자’ 위주의 정책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하였듯이 AI는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기술이다. 일부 AI 관련 종사자(공급자)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가 AI 때문에 하는 일이 바뀌거나, 없어지거나,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하는 등 영향을 받는 기술인 것이다.
예를 들어 AI 중심의 제4차 산업혁명 사회를 주창하는 세계경제포럼 (WEF)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2/3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종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이처럼 사회 전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이므로 AI 종사자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이에 대한 대비가 되어야 한다. 즉 교육을 통해 국민 모두에게 AI시대에 대비할 능력을 키워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가장 큰 걸림돌은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이 아직도 과거 산업화 시대의 ‘따라가기’ 모델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도 대부분의 교실에서는 암기식 교육이 이루어지며, 5지선다의 객관식 대학수학능력시험은 학생들의 창의성을 말살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교육 정책의 변화는 긴 준비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속도가 매우 느리다.
예를 들어 2015년에 개정된 교육과정은 2020년에야 전면 시행되었고, 대입 수능시험에 온전히 적용된 것은 그 후로도 3년이 더 걸렸다. 심지어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 수능과 내신에서 서술형 문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된 지는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검토 중이다. AI 기술의 발전 속도를 보면 5년, 10년이라는 시간은 영원에 가까운데, 이처럼 우리나라 교육 제도의 변화는 거북이 걸음이다. 빛의 속도로 발전하는 AI 기술에 적응하기 위해 이제 우리는 좀 더 가벼워져야 한다.
우선 AI시대에 학교에서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 것인지부터 논의하자. 계산기가 흔해 빠진 시대에 학생들에게 암산을 가르칠 필요는 없듯이, 챗GPT가 세상의 지식을 모두 요약해 주는 시대에 학생들에게 과거 지식을 외우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보다는 남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비판적 질문을 하고, 현장의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이처럼 AI 시대에 적합한 교육과정이 마련되면 이를 신속히 도입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자. 과거처럼 5년, 10년을 허비하면 세상은 벌써 저 멀리 가 있을 것이다. AI시대에 대비한 교육 개혁을 하루빨리 서둘러야 할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