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가족이 부양가족 수를 부풀려 ‘로또’로 불리는 서울 강남의 수십억원대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행 청약제도에서 인정하는 부양가족의 조건을 맞추기 위해 부정한 수법을 동원했다는 의혹이다. 핵심 경제부처 장관 후보자로서의 적격 여부에 심각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실에 따르면 이 후보자의 남편은 2024년 7월 모집공고가 나온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축 아파트 137A형에 청약해 당첨됐다. 청약 가점은 74점으로 81대 1의 경쟁을 뚫고 턱걸이 당첨됐다. 문제는 이 후보자 측이 부양가족 수를 부풀린 정황이다. 청약에서 인정하는 부양가족은 자녀의 경우 미혼이고 부모와 같은 주소에 거주해야 하는데 이 후보자의 장남은 2023년 결혼식을 올렸고, 용산구 아파트 전세를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구하는 등 사실상 분가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후보자의 장남은 혼인신고와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채 세대원 상태를 유지했고, 청약 신청이 마감된 이튿날에야 신혼집으로 주소를 옮겼다고 한다. 청약 가점을 노린 의도적 행위가 아니었냐는 합리적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장남이 부양가족에 포함되지 않았더라면 당첨되지 못했을 점수였다.
청약점수 뻥튀기는 공급 질서 교란행위에 해당하는 불법이다. 사실로 확인되면 계약 취소나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해질 수 있는 행위다. 이 후보자 측은 중앙일보에 “성년인 자녀의 혼인신고에 대해 부모가 개입할 수 없었다”며 “장남은 주말에 이 후보자 자택에서 살았고, 용산 신혼집은 며느리가 살았다”고 해명했다. 상식적으로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다. 고위 공직자의 부동산 의혹에 대해선 그 어느 사안보다 여론이 엄중함을 이 후보자가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국민 눈높이의 수준에서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해명이 나와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보수 인사인 이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통합과 실용을 실천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진영을 불문하고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려는 시도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문제는 자격이 충분한 인사여야 한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이 후보자에게는 보좌진 갑질·폭언을 시작으로 상속·증여세 회피 의혹, 영종도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잇따라 불거진 상태다.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적격 여부를 가리도록 돼 있다. 하지만 국민 여론이 엄중한 부동산 의혹에 대해서만큼은 청문회 이전이라도 명쾌한 해명을 해주기 바란다.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는다면 스스로 후보 자격을 내려놓거나 청와대가 나서 지명 철회를 검토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