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부양가족 수를 부풀려 서울 강남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부양가족 수를 부풀려 청약에서 가점을 받는 행위는 공급질서 교란 행위다.
8일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에 따르면 이 후보자의 남편 김영세 연세대 교수는 2024년 7월 19일 모집공고된 서울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전용면적 137.6㎡(137A형)에 청약을 넣어 일반공급 1순위로 당첨됐다. 김 교수는 계약금을 납부한 8월 이 후보자에게 분양권 지분 35%를 증여했다.
래미안 원펜타스는 2024년 7월 분양 당시 시세차익만 20억원 이상인 이른바 ‘로또 청약’으로 관심이 집중된 단지다. 김 교수가 당첨된 137A형 당첨자 중 최저 가점은 74점으로, 턱걸이로 당첨될 수 있었다. 무주택 기간(32점)과 청약저축 가입 기간(17점) 모두 만점에 부양가족 수 4명(이 후보자와 아들 3명) 가점 25점을 더한 것이다. 36억7840만원에 분양받은 이 아파트 시세는 현재 90억원가량이다.
문제는 2023년부터 사실상 분가한 것으로 보이는 장남 김모씨가 부양가족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김씨는 2023년 8월 세종시 소재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입사해 해당 지역에서 실거주했다고 한다. 그해 12월에는 결혼도 했다. 이에 김씨는 부인과 공동명의로 2023년 12월 7억3000만원을 주고 용산의 한 아파트에 신혼집 전세 계약을 맺었다. 이듬해 1월엔 김 교수가 전세금 잔금을 위해 며느리에게 연이자 2.4%에 1억7000만원을 빌려줬다.
하지만 김씨는 결혼 후에도 전입신고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아버지 아래 세대원 신분을 유지했다. 결혼한 장남의 세대원 신분 유지는 강남 아파트 청약 당첨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 김씨가 세대원에서 이탈했다면 청약가점이 69점으로 당첨권에 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 장남은 청약 신청이 마감된 지 이틀 만인 2024년 7월 31일 용산 전셋집으로 주소를 옮겼다. 원펜타스 분양 시점을 포함한 2024년 하반기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분양단지 40곳을 점검했고, 390건의 부정행위를 적발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녀의 결혼 시기 등을 교묘히 활용해 국토부의 현장 점검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행 주택법(65조)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증서나 지위 또는 주택을 공급받을 경우 이를 공급질서 교란행위로 규정하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주택법에 따라 아파트 공급 계약을 취소한다”고 규정한다. 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하는 규정도 있다. 천하람 의원은 “재산 증식을 위해 위장전입·위장미혼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정청약 끝판왕을 찍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 측은 “성년인 자녀의 혼인신고에 대해 부모가 개입할 수 없었다”며 “장남 김씨는 평일엔 세종에 있다가 주말엔 서초동(이 후보자 자택)에 살았다. 용산의 신혼집은 며느리가 살았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