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에서 경기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이하 산단)의 호남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8일 전북도민회중앙회 신년인사에 참석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관련 언급을 피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산단 이전 문제를 언급했다가 자칫 경기 남부 지역 표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지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도부 관계자는 “아직은 좀 더 상황을 지켜보는 단계”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기 지역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언급이 조심스럽다”고 했다.
산단 이전 논란에 불을 지핀 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발언이었다. 김 장관은 지난달 26일 언론 인터뷰에서 “용인에 SK와 삼성전자가 입주하면 두 회사가 쓸 전기 총량이 원전 15기, 약 15GW 수준”이라며 “지금이라도 용인 반도체 산단을 전기가 많은 지역으로 옮겨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전북 정치권은 즉각 반응했다. 민주당 전북도당은 5일 ‘용인 반도체 삼성전자 전북 이전 특위’를 만들었다. 안호영 의원(전북 완주·진안·무주)은 8일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남쪽으로 눈길을 돌려달라’고 강조했고 김성환 장관도 지방 이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며 “수도권 이기주의 등 악의적인 폄훼에 맞서 전북이 뭉쳐 이전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5일 “에너지가 생산되는 곳에 대기업 공장이 들어서야 한다는 ‘지산지소’ 원칙을 집중적으로 주장해 정부 정책으로 자리 잡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동연 경기지사와 경기 남부 지역 의원들은 반발했다. 김 지사는 4일 페이스북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이 대통령이 경기지사 시절 국민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수도권 규제를 뚫고 유치한 역작”이라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용인이 지역구인 이언주·부승찬 의원 등은 지난달 30일 회견에서 이전 반대를 촉구했다. 권칠승(경기 화성병) 의원도 7일 “소모적 논쟁일 뿐”이라고 반대했다.
야권도 비판에 가세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반도체는 정치가 아니라 과학이다. 전기 있는 곳으로 옮기라는 주장은 산업의 복합 요소를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고 썼다.
반도체 업계는 기업이 이미 건설 중인 산단을 이전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단 입장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선거용 주장이 기업을 압박해선 안 된다”며 “전북 등이 적합한 곳이면 이전 대신 미래 공장을 유치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반도체 전문가는 “무리한 이전보다는 2기, 3기 팹(Fab, 반도체 생산공장)을 염두에 둔 인프라, 용수, 전문 인력을 유치할 특화 생태계를 영호남에 구축하는 게 더 생산적”이라고 조언했다.
산단 이전에 대해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은 “산단 대상 기업 이전을 검토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전은 기업이 적기에 판단할 몫”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