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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혜훈 장남 '아빠찬스 논문' 기재…서류 25등인데 최종합격

중앙일보

2026.01.08 18:49 2026.01.08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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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9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장남이 2022년 10월 국책 연구원 채용 과정에서 ‘아빠 찬스’ 의혹이 불거진 논문을 주요 경력에 기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야권은 “1년차 연봉이 8000만원대에 달하는 연구원 입사에 이 후보자 부부의 존재가 영향을 끼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9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으로부터 제출받은 채용 서류에 따르면, 이 후보자 장남 김모(35)씨는 2022년 10월 연구원에서 공고한 부연구위원(Research Fellow) 분야 모집에 지원했다. 김씨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 과정 졸업을 앞두고 구직 중인 상태였다.

김씨는 1차 서류 전형에 제출한 이력서와 경력기술서(CV)에 논문 2편을 주요 경력으로 기재했다. 이 가운데 부친인 김영세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가 교신저자로 돼 있는 논문을 경력 사항에 포함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논문은 ‘선거에서 긍정·부정 캠페인이 유권자의 후보 인식에 미치는 영향(Signaling Valence by Positive and Negative Campaigns)’이란 제목으로, 김 씨가 2020년 9월 경제학 박사 과정 중 작성한 것이다.

해당 논문은 게임이론의 대표적 분석 틀인 ‘신호게임’과 ‘완전 베이즈 균형’을 활용해 선거 캠페인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한 것으로, 야권에선 “게임이론의 권위자인 김 교수의 연구 분야와 일치해 논문 작성 과정에 부친 도움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한 국립대 교수 출신 야권 인사는 “연구원 채용 시에 지도교수가 누구인지, 어떤 논문을 썼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며 “또 채용 과정에서 연구원 측이 김씨가 논문 공저자인 김 교수의 아들이란 점을 인지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김 씨는 당초 합격권이 아니었지만, 전형을 거듭할수록 평가 순위가 계속 오르면서 최종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1차 서류 전형 평가에선 전체 61명 중 25등을 기록했다. 서류 성적만 봐서는 최종 4명을 뽑는 만큼 합격선과 거리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2차 면접에서 29명 중 12등, 3차 채용 세미나에서는 19명 중 10등으로 순위가 올랐다. 이후 김씨는 우선 순위자들이 입사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2023년 3월 최종 합격자에 이름을 올렸다.

야권에선 당시 연구원장과 부연구원장 모두 이 후보자와 서울대 경제학과 선후배 사이였다는 점에서 채용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천하람 의원은 “채용 당시 KIEP 원장은 이 후보자와 서울대 경제학과 1년 후배인 데다가, 1990년대 초 영국 체류 기간까지 겹친다”며 “아버지의 논문 찬스와 함께 면접 과정에서 엄마 찬스까지 동원된 것이라면 청년들이 피눈물 흘릴 사안”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 측은 “이 후보자 장남은 거시 경제학 분야 전공자이고, 논문은 미시 경제학 관련 내용이라 거시 분야 연구위원을 뽑는 채용에 영향을 주지 못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 측은 해당 논문 관련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계량경제학회에 게재된 장남의 논문은 본인의 박사학위 논문 내용을 기반으로 발전시킨 논문으로, 장남이 제1 저자가 되는 것은 전혀 문제없다”고 설명했었다.

이날 이 후보자에 대한 추가 갑질 폭로도 나왔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 후보자가 밤 늦게 보좌관에게 전화해 모욕적인 언행을 한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해당 녹음 파일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전직 보좌관에게 “기가 막힌다. 핸드폰으로 검색이 안 되는 게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 언론 담당이 그것도 모르냐. 너 그렇게 똥오줌도 못 가리느냐”라고 했다. 보좌관이 대꾸하지 않자 이 후보자는 “말 좀 해라”고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주 의원은 “이 후보자가 밤 10시 25분에 언론 담당 보좌관에 전화해 자신과 관련된 기사에 대해 질타하는 상황”이라며 “온갖 인격 모독과 고성이 오가는 모습이 가히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김규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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