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역대 최대 경신 가시권에 들어섰다. 지난해 11월까지 이미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12월에도 통관 기준 무역수지 흑자가 크게 확대되면서 연간 흑자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다만 반도체 편중과 원화값 약세에 경상수지 흑자 확대의 효과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11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018억2000만 달러(약 149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3년 5월 이후 31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2000년대 들어 2012년 5월부터 2019년 3월까지 83개월 연속 흑자 이후 가장 긴 기간이다.
12월 통관 기준 무역수지 흑자 확대를 고려하면, 연간 흑자 규모는 종전 최고였던 2015년 1051억2000만 달러(약 153조원)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미 지난해 한국의 연간 상품 수출액은 1년 전보다 3.8% 늘어난 7097억 달러(약 1028조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송재창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은 “연간 흑자 규모는 한은 조사국이 지난해 11월 전망한 1150억 달러 수준을 확실히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럴 경우 역대 최대 흑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상수지는 다른 나라와 상품·서비스 등을 거래하면서 실질적으로 벌어들인 돈을 뜻한다.
11월 실적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11월 경상수지는 122억4000만 달러 흑자로, 전월(68억1000만 달러) 대비 두 배 가까이 늘며 11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품수지 흑자가 133억1000만 달러까지 확대되며 전체 수지 개선을 이끌었다. 수출은 601억1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5% 증가했고, 반도체와 승용차가 회복세를 주도했다.
수입은 468억 달러로 전년 대비 0.7% 감소했다. 에너지 가격 하락 영향으로 가스(-33.3%), 석유제품(-16.9%), 원유(-14.4%) 등 원자재 수입이 7.9% 줄며 전체 수입 감소를 주도했다. 반면 정보통신기기와 수송 장비를 중심으로 자본재 수입은 4.7% 늘었고, 금 수입 급증 영향으로 소비재도 19.9% 증가했다.
하지만 흑자 확대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반도체 편중이 뚜렷하다. 한은에 따르면 통관 기준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21.9% 증가했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전체 수출은 1.0% 감소했다. 자동차 등 미국 관세 부과 품목을 중심으로 대미 수출이 영향을 받았고, 철강과 화공품은 글로벌 공급 과잉 여파로 수출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수입 감소 효과도 흑자 확대에 기여했다. 송 부장은 “최근 경상수지 흑자 확대는 반도체와 수입 감소 효과가 함께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됐음에도 외환시장에서 원화에 대한 선호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모습이다. 정부의 구두 개입과 대책에도 불구하고 원화값은 8일까지 6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1450원대에 진입했다. 9일 장 초반에도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하락세를 이어가며 1450원대에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