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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들에게 쓴 안성기의 편지 "세상에 필요한 건 착한사람"

중앙일보

2026.01.08 19:10 2026.01.08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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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故 안성기가 아들이 낭독한 생전 편지와 함께 영면에 들었다. 한국 영화의 한 시대를 이끈 ‘국민 배우’의 마지막 길은 경건했고, 조용히 깊은 울림을 남겼다.

고인의 장례 미사와 영결식은 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엄수됐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고인을 기리는 미사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의 집전으로 봉헌됐다. 이후 영화인장 영결식이 이어졌다.
배우 故 안성기 영결식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렸다. 장남 다빈씨가 아버지가 쓴 편지를 낭독한 후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임현동 기자

출관은 이날 오전 7시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됐다. 배우 정우성이 영정을, 이정재가 정부가 추서한 금관문화훈장을 들었다. 설경구·박철민·유지태·박해일·조우진·주지훈 등이 운구를 맡았다. 현빈, 한예리, 한석규, 변요한, 임권택·이준익·배창호 감독 등 영화계 인사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영결식은 묵념과 약력 보고, 추모 영상 상영 순으로 진행됐다. 아역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고인이 출연한 대표작 장면들이 이어지자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조사를 맡은 정우성은 고인을 “배우의 품위와 인간의 품격을 지켜준 분”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타인에 대한 배려는 당연하게 여기고, 자신에 대한 높임은 늘 경계하셨다”며 “저에게 선배님은 살아 있는 성인이었다”고 말했다.

고인과 13편의 작품을 함께한 배창호 감독도 조사를 통해 “영화를 사랑했고, 남에게 싫은 소리 한 번 하지 않았던 분”이라며 “그의 지난 세월은 주옥같은 작품들 속에 고스란히 살아 있다”고 추모했다.
국민배우 안성기의 영결식이 열린 9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유족과 동료들이 고인을 배웅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영결식의 마지막은 고인의 장남 안다빈씨가 장식했다. 유가족 대표로 단상에 오른 그는 조문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써준 편지 한 통을 꺼내 들었다. 1993년, 다빈씨가 유치원생이던 시절 고인이 남긴 글이었다.

다빈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편지에는 “네가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나던 날, 아빠를 닮은 얼굴을 본 순간 눈물이 글썽거렸다”는 회상과 함께, “항상 겸손하고 정직하며 남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마음의 평화를 잃지 말고 어떤 어려움에서도 자신을 잃지 말아라. 이 세상에 꼭 필요한 것은 착한 사람”이라는 당부가 담겨 있었다. 편지 낭독이 이어지는 동안 장내는 숙연해졌다.

1952년생인 안성기는 다섯 살이던 1957년 영화〈황혼열차〉로 데뷔한 뒤 60여년간 17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한국 영화사의 중심에 서 있었다. 2019년 혈액암 진단을 받고 치료 끝에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암이 재발해 투병을 이어오다 지난 5일 별세했다. 74세.

정부는 한국 영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기려 고인에게 대중문화예술 분야 최고 훈장인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고인은 이날 화장 절차를 거쳐 경기 양평 ‘별그리다’에서 영면에 들었다.




배재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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