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국 긴장…사우디 공격받는 예멘세력, 후원국 UAE 피신
사우디·UAE, 예멘 내전 개입 중 미는 세력 달라 파열음 지속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 아라비아반도 서남부에 있는 예멘에서 분리주의 세력이 사우디아라비아의 거듭된 공습으로 상당수 거점에서 물러난 뒤 지도자마저 아랍에미리트(UAE)로 떠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예멘 연합군은 8일(현지시간) 예멘 분리주의 세력 남부과도위원회(STC) 수장인 아이다루스 알주바이디(58) 위원장이 소말리아를 거쳐 아랍에미리트(UAE)로 달아났다고 밝혔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연합군에 따르면 알주바이디 위원장은 지난 6일 밤 예멘 남부 아덴에서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소말릴란드 베르베르항으로 이동한 뒤 그곳에서 화물 수송기를 타고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를 거쳐 UAE 아부다비로 이동했다.
연합군 대변인 투르키 알말키 소장은 알주바이디 위원장 일행이 UAE의 감시하에 수송기를 탔으며, 이 수송기는 항공식별 시스템을 꺼놨다가 UAE 아부다비 알리프 공군기지에 착륙 10분 전에 재가동했다고 말했다고 영국 BBC 방송은 전했다.
이와 관련, STC는 앞서 알주바이디 위원장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7일에도 아덴에서 집무를 봤다며 출국설을 부인한 바 있지만 이번 연합군의 발표가 나온 이후에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고 AP는 전했다. UAE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소말리아 이민 당국은 알주바이디 위원장 일행이 자국 항구와 공항을 허가 받지 않고 사용했다는 주장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멘은 1960년대 영국과 오스만제국에서 북예멘과 남예멘으로 각각 독립했지만, 1990년 통일했다. 하지만 1994년 남예멘이 다시 분리독립을 선언하면서 내전이 발발했고 북예멘의 승리로 재통일되는 등 분리 움직임이 계속돼왔다.
남예멘 공군 출신인 알주바이디 위원장은 1994년 내전에도 참가하는 등 남예멘 분리독립 운동을 계속해왔다.
2014년 이란을 등에 업은 후티족 반군이 예멘 수도를 점령하는 등 세력을 확장하자 알주바이디 위원장은 후티 반군과 싸움에 앞장섰고 이듬해 아덴 주지사가 됐다.
하지만 2017년 예멘 정부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지사에서 해임됐고 곧바로 STC를 설립한 뒤 UAE의 자금과 무기 지원을 받아 예멘 남부에서 가장 세력이 큰 민병대로 키웠다.
2022년 예멘에서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대통령이 하야하고 후티 반군에 맞선 여러 정치단체가 참여한 대통령지도위원회(PLC)가 국가통치조직으로 결성되자 알주바이디 위원장은 PLC에 부위원장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STC는 지난해 말 남부지역에서 정부군을 상대로 공세를 강화하며 옛 남예멘 지역 대부분을 장악했다. 그러자 예멘 정부를 지원하는 사우디는 STC에 자국과 국경을 접한 하드라마우트 주(州)에서 병력을 철수하라고 경고했고, STC가 응하지 않자 지난달 말 STC 군을 겨냥한 공습을 시작했다.
사우디의 계속된 공습에 STC를 지원하던 UAE는 예멘에서 철군을 결정했고, STC도 사우디 접경지 등에서 병력을 철수했다.
이런 가운데 STC는 지난 2일 옛 남예멘 영토에 '남아라비아국'을 창설한다는 자체 헌법을 발표했지만, 알주바이디 위원장의 출국으로 분리주의 세력이 급격히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대통령지도위원회는 알주바이디 위원장을 PLC 부의장직에서 해임했으며 반역 혐의로 기소했다.
중동 전문가인 엘리자베스 켄달 영국 케임브리지대 커튼 칼리지 학장은 알주바이디 위원장의 출국이 확인된다면 그가 정치적으로 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AFP 통신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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