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의 대만유사시 군사개입 시사 발언으로 중국이 반도체와 전기차 등에 필수적인 희토류의 전반적인 일본 수출을 막는 등 ‘전방위 보복’을 시작했다. 일본산 술 등의 중국 통관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중국 정부 결정을 잘 아는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 허가 신청 심사가 중단됐다고 전했다. 당초 지난 6일 중국 상무부가 ‘군사 목적’으로 쓰일 수 있는 이중 물자에 한해 일본 수출을 제한한다고 밝힌 것과 다르게 전반적인 희토류 수출을 막기 시작한 것이다.
제트엔진부터 자동차, 반도체까지 첨단산업 분야에서 다양하게 쓰이는 희토류는 중국이 전 세계 생산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중국이 7종의 희토류에 대해 미국 수출을 제한하면서, 미국의 포드 자동차 공장 가동이 중단된 바 있다.
WSJ은 또 중국 내 희토류 수출업체 두 곳을 인용해 중국이 실제로 일본 기업에 대한 중희토류와 자석 등의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번 중국의 조치에 따라 “일본 기업에 잠재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노무라종합연구소는 희토류 수출 제한과 관련해 연간 일본에 2조6000억엔(약 24조원) 규모의 경제적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일본에 대한 압박은 이뿐만이 아니다. 교도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산 술의 통관도 지연되고 있다며 주일 중국대사관에 상담을 하려는 일본 기업들이 줄을 잇는다고 전했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분쟁 당시에도 중국은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고, 일본으로부터의 수입품 통관 검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방위 압박을 한 바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7일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일본산 디클로로실란에 대한 반덤핑 조사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이어지는 중국의 보복 카드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기하라 미노루(木原稔) 관방장관은 9일 회견에서 일본산 술의 통관 지연 문제에 대해 “일본의 농림수산물, 식품의 해외 수출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상황을 주시하며 필요한 대응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희토류 수출 제한에 대해서는 “중국에 의한 희토류 수출관리 조치는 이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황을 주시하면서 관련국과 제휴해 필요한 대응을 취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도 이날 회견을 열고 중국의 수출 금지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중국에 조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나 G7(주요 7개국)을 비롯한 관계국과 협력해 의연하고 냉정하게 필요한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모테기 외무상은 일본이 가능한 ‘공급망 다변화’를 거론하며 “동맹국, 우방국,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지역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와 협력하면서 공급망을 강화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일본에 대한 전방위 경제 제재를 동원하기 시작하면서 다카이치 총리 역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미·일 동맹 강화를 위해 공을 들여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4월 중국 방문을 앞두고 중국에 ‘유화 제스처’를 보내고 있는 것도 고민거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대만 공격 여부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결정할 일이라는 시각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고 여기며, 무엇을 할지는 그가 결정할 일”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재임 기간엔 시 주석이 대만을 침공하진 않으리란 말도 보탰지만, 중국으로부터 발언 철회를 요구받고 있는 다카이치 총리로선 ‘대만 침략은 용인할 수 없다’고 선을 긋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카이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보다 한 달 앞선 3월에 미국을 방문하겠다고 나섰지만, 중·일 갈등 속 미·중의 거리 좁히기는 ‘외교 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