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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신발 성지' 흔들…ABC마트 위협하는 무신사의 역습 [비크닉]

중앙일보

2026.01.08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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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대형 신발 매장 무신사킥스 앞은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매장 앞에서 고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김세린 기자
9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대형 신발 매장 앞은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영하의 추위에도 두터운 옷을 껴입은 이들은 매장을 겹겹이 에워쌌다. 오전 6시부터 이어진 ‘오픈런’ 행렬에 발길을 멈추고 둘러보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날 만난 한 고객은 “새벽 6시 30분부터 기다렸다”고 말했다.

발길이 모아진 매장은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처음 선보인 신발 전문 편집숍 ‘무신사킥스(MUSINSA KICKS)’다. 지난해 11월 무신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10분 만에 완판됐던 한정판 협업 모델 재출시 소식이 퍼지며 전국의 스니커즈 마니아들을 홍대로 모였다. 2001년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로 출발해 지난해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무신사가 25년 만에 다시 ‘신발’이라는 뿌리로 돌아왔다는 점에서도 패션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지상 1~3층, 연면적 1124㎡(약 340평) 규모의 매장은 기존 신발 멀티숍의 전형에서 탈피했다. 브랜드 로고 중심의 나열식 진열 대신 러닝·아웃도어 등 테마별 배치로 공간을 채웠다. 홍대입구역 상권은 무신사가 첫 오프라인 매장을 냈던 곳이자 외국인 관광객과 2030이 밀집한 곳이다.

매장 입지 선정에선 무신사의 고민이 읽힌다. 무신사킥스가 들어선 자리는 글로벌 신발 편집숍 풋라커(Foot Locker)가 철수한 곳이다.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상권은 신발 멀티숍 업계 1위인 ABC마트가 3개 매장을 촘촘히 배치한 ‘안마당’이다. 무신사킥스는 ABC마트 그랜드스테이지(GS) 홍대홍익로점에서 도보 30초, 인근 다른 ABC마트 매장과는 2분 거리에 매장을 냈다. 정면승부 전략이다. 나이키·아디다스 글로벌 브랜드 가게까지 밀집한 홍대 ‘신발 메카’ 중심부에 무신사가 등판하면서 전면전이 불가피해졌다.



홍대 ABC 독주에 무신사 도전장

무신사 킥스 오픈 시간에 맞춰 찾은 인근 ABC마트 매장. 이곳은 무신사킥스 매장 인근에 있다. 김세린 기자
그동안 국내 슈즈 멀티숍 시장은 오랫동안 일본계 기업인 ABC마트의 독주 체제였다. ABC마트는 2002년 한국 상륙 이후 공격적인 출점으로 외형을 키웠다. ABC마트코리아 매출은 2019년 ‘노재팬’ 운동 여파로 매출이 전년 대비 17.3% 급감하는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야외 활동이 늘고 러닝 열풍에 더해지며 빠르게 반등했다. ABC마트코리아 매출은 2022년 5677억원에서 2023년 6173억원, 2024년 6358억원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중이다. 레스모아(2020년)와 영국계 JD스포츠(2022년)가 실적 악화와 시장 적응 실패로 잇따라 철수하며 ABC마트의 시장 지배력은 높아졌다.

무신사가 ABC마트를 상대로 앞세운 무기는 ‘디지털 결합(O4O·Online for Offline)’이다. 매장 곳곳의 큐알(QR)코드를 통해 실시간 재고와 회원 혜택가, 수백만 건의 스타일링 후기를 즉시 조회할 수 있게 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무신사 플랫폼의 확장이자 ‘정보 탐색 거점’으로 재정의한 거다. 물량 경쟁력에도 공을 들였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부터 기호, 락피쉬웨더웨어 등 무신사 기반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총 80여 개를 매장에 모았다. 특히 다른 편집숍 대비 ‘티어’가 높은 희소 모델을 엄선해 무신사 단독으로 선보이는 전략을 취했다.

공간 구성의 차별화도 뚜렷하다. 기존 멀티숍의 빼곡한 진열 대신 1층은 러닝 특화 공간인 ‘무신사 런’과 매달 새로운 브랜드를 조명하는 팝업 존을 마련했다. 2층은 몽벨·아크테릭스 등 인기 브랜드 중심의 ‘넥스트 아웃도어’로 꾸며 고객의 취향 탐색 동선을 설계했다. 여기에 가방과 모자를 결합한 코디를 제안해 체류 시간과 객단가를 동시에 높이는 전략을 썼다.



오프라인 영향력 키우는 무신사

무신사킥스 매장 1층 아디다스 큐레이션 코너에서 고객들이 신발을 둘러보고 있다. 김세린 기자
무신사킥스는 무신사가 추진해온 ‘버티컬(전문관) 플랫폼’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다. 무신사는 뷰티·키즈·아이웨어(안경)에 이어 신발로 오프라인을 확장 중이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영향력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모양새다. 글로벌 성과도 가시화하는 중이다. 지난해 중국 상하이에 낸 자체브랜드(PB) 매장 ‘무신사스탠다드’는 진출 100일 만에 누적 거래액 100억원을 돌파했다.

무신사는 올해 상반기 성수·강남 등 서울 핵심 상권에 무신사킥스를 추가로 출점해 연내 신설 매장을 10여 개 늘릴 계획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무신사킥스는 신발에 대한 진정성과 큐레이션 역량, 플랫폼 기술을 집약한 공간”이라며 “스니커즈 문화를 경험하는 새로운 오프라인 거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세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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