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미국 내 조선소를 추가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현재 한화가 운영하는 미국 필리조선소만으로 쏟아지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클 쿨터 한화디펜스USA 대표는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현재 필라델피아에서 한화가 보유한 도크(건조 공간) 2개 만으로는 향후 제조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생산력과 저장 공간을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디펜스USA는 한화그룹의 미국 내 방산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다.
앞서 한화는 2024년 12월 1억 달러(약 1500억원)를 투자해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지난해엔 50억 달러(약 7조3000억원)를 추가로 투자, 연간 1~1.5척 수준인 선박 건조 능력을 중장기적으로 20척까지 늘리겠다고도 밝혔다. 이를 위해 39만6000㎡(약 12만평) 규모의 블록 생산기지를 신설하고 한화오션이 보유한 자동화 기반 스마트 야드 시스템 등을 도입할 계획이다. 한·미 관세 협상의 핵심으로 떠오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 부흥을 위한 대규모 협력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미 해군의 ‘황금 함대’ 구상을 발표하며 한화를 협력 대상으로 지목해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형 프리깃함(호위함) 건조 계획을 밝히며 “미 해군은 한국 기업 한화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조선소는 아직 미군 함정 건조 라이선스(인증)를 취득하지 못했지만, 현재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한화디펜스USA는 미국 무인 함정(드론)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인 하보크AI와 협력해 미 해군 무인 수상정 수백 척을 공급한다는 내용의 수주도 추진할 계획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중소형 해상 드론 사업 예산으로 30억 달러(약 4조4000억원)를 편성했다.
쿨터 대표는 “현재 필리조선소 생산 능력만으로 당장 이 같은 수요를 감당하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필라델피아 지역 주변에 저장 용량과 부지를 확장할 수 있는 방안을 놓고 연방 정부와 여러 주 정부 관계자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필라델피아 내 유휴설비나 활용도가 낮은 도크를 확보하는 방안 ▶다른 조선소 도크에서 자사 수주 물량 일부를 건조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수년 안에 미국 내 다른 지역의 조선소를 추가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라고 밝혔다. 쿨터 대표는 “지금이 역사적으로 매우 특별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선 원자력추진잠수함(원잠) 건조 관련 내용도 언급됐다. 한·미 정상은 지난해 한국형 원잠을 개발하는 내용을 협의했는데 아직 건조 장소가 확정되지 않았다. 톰 앤더슨 한화디펜스USA 조선사업부문 사장은 지난달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한국 취재진 간담회에서 미 해군 원잠은 필리조선소에서, 한국형 원잠은 한국 거제사업장에서 짓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날 쿨터 대표는 “한화는 미국이나 한국 어디에서든 잠수함을 만들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최종 결정은 두 정부에 맡겨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