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을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완화 가능성을 언급하자 국내 유통업계가 기대감으로 술렁이고 있다. 특히 뷰티·식품·패션 등 소비재 기업들은 중국 시장 확장을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7일 중국 상하이에서 순방 기자단과 오찬을 가진 이 대통령은 “그간 중국 정부는 한한령은 없다고 말해왔지만, 이번에는 표현이 달랐다”며 “시진핑 국가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석 자 얼음이 한꺼번에 언 것도 아닌데 한꺼번에 다 녹겠는가. 과일은 때가 되면 익어서 떨어진다’ 말했는데, 정확한 표현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점진적·단계적으로 질서 있게, 그들의 표현에 따르면 질서 있고 유익하게, 건강하게 이 문제는 잘 해결될 것”이라며 “(해결) 조짐 정도가 아니라 명확한 의사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한한령은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6년 9월 한국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부지로 경북 성주군에 있는 롯데스카이힐 성주CC를 지정한 후부터다. 중국은 즉각적인 보복에 나섰고 모든 한류를 금지한다는 한한령(限韓令)이 내려졌다. 당장 한국 여행이 금지되면서 여행·유통 업종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 제재 수위가 낮아졌지만, 여전히 장벽이 남아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한 중국(14억1609만 명)은 B2C(기업·개인 간 거래) 시장에서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중국 전체 인구의 4%가 제품 한 개씩만 사도 한국인(5168만 명) 모두가 산 것과 같은 효과다.
한한령 완화 소식에 국내 유통업체들은 중국 현지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적극적이다. 9일 무신사는 중국 시장 진출 100일(지난달 27일 기준) 만에 온·오프라인 통합 누적 거래액이 100억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상하이에 매장도 냈다. 무신사 관계자는 “올해 3월 상하이 난징두루 신세계 신완센터에 추가로 매장을 열고 2030년까지 현지 오프라인 매장 100개 출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중국 내수 시장은 글로벌 브랜드의 성장을 이끄는 곳인 만큼 한한령 완화는 K패션의 브랜드 파워 입증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내 에스테틱 기업 파마리서치의 더마 코스메틱(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리쥬란 코스메틱’도 최근 글로벌 뷰티 편집숍 ‘세포라’ 차이나에 입점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온라인 론칭을 시작으로 3월부터 중국 전역에 위치한 200여 곳 세포라 매장에서 본격적으로 제품을 판매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중국 화장품 시장 규모(2024년 기준)는 154조4700억원(7746위안)으로, 전 세계 2위 수준이다.
뷰티 테크 기업 에이피알의 중국 실적도 훈풍이다. 에이피알의 지난해 3분기 중화권 매출(누적)은 905억원으로, 전체 매출(9797억원)의 10% 수준까지 늘었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한·중 정상회담으로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가 지속하면 중국인 관광객(유커) 수요도 늘 것”이라며 “면세점 쇼핑 중심의 과거와 달리 최근 유커는 올리브영, 다이소 등 다양한 채널에서 K뷰티 제품을 구매하고 있어 실적 향상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양수진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교수는 “K패션·뷰티뿐 아니라 K푸드가 중국 현지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포화에 이른 국내 시장에서 고전하던 식품 기업들도 한한령에 주목하고 있다”며 “다만 K뷰티·패션의 경우 중국 현지 진출이 활발해지면 가품 카피(copy)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 넘어야 할 과제”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