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해병 사건을 수사했던 박정훈 해병대 대령이 준장으로 진급했다.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의 국회 진입을 지연시켰던 김문상 육군 대령도 역시 준장 계급장을 달았다.
국방부는 9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소장 이하 장성급 인사를 발표했다. 박 준장은 국방조사본부장 대리로, 김문상 준장은 합동참모본부 민군작전부장으로 각각 보직될 예정이다.
박 준장은 지난 2023년 해병대 수사단장으로 재직하며 순직해병 사건을 수사하던 중 외압을 폭로하고 수사 기록 이첩 보류 지시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경찰에 넘겼다. 이로 인해 항명 혐의 등으로 보직 해임된 뒤 기소됐지만, 군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해병대 군사경찰 병과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장군에 진급한 게 됐다.
김 준장은 12·3 비상계엄 당시 수도방위사령부 작전처장으로 근무하며 육군특수전사령부 병력을 태운 헬기의 서울 상공 진입을 세 차례 거부해 계엄군의 국회 진입을 늦췄다. 앞서 김 준장은 비상계엄 당시 위법하고 부당한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공로로 정부 포상을 받았지만, 특별진급은 고사했다.
이번 인사에서 소장으로는 육군 박민영 준장 등 27명, 해군 고승범 준장 등 7명, 공군 김용재 준장 등 6명 등 총 41명이 진급했다. 준장으로는 육군 민규덕 대령 등 53명, 해군 박길선 대령 등 10명, 해병대 현우식 대령 등 3명, 공군 김태현 대령 등 11명 등 총 77명이 진급했다. 박 준장은 정보사령관으로 부임하는데 비육사 출신이 정보사령관이 되는 건 38년만에 처음이다. 앞서 정보사령부는 비상계엄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 인사는 출신과 병과의 다양성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비상계엄 이후 군 인사에서 그간 육군사관학교 출신을 대거 요직에 앉혔던 관행을 없애려는 기류가 형성된 것과 무관치 않은 결과다.
육군 소장 진급자 중 비(非)육사 출신 비율은 41%로, 이전 심사 때의 20%에서 두 배 이상 늘었다. 육군 준장 진급자 중 비육사 출신 비율도 25%에서 43%로 확대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최근 10년 중 최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공군 준장 진급자 가운데 비조종 병과 비율 역시 25%에서 45%로 증가했다.
여군의 장성 진급 규모도 역대 최대다. 2002년 처음 여군이 장군에 진급한 이후 가장 많은 5명(소장 1명, 준장 4명)이 이번 인사에 포함됐다. 강영미 합참공병실장은 소장으로 진급하며 첫 여군 공병실장에 임명됐다. 준장으로는 석연숙(공병), 김윤주(간호), 문한옥(보병·정책), 안지영(법무) 대령이 진급했다. 특히 육군 전체 법무 조직을 총괄하는 법무감 자리에 여군 준장이 또다시 보직된 것은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외에도 각 군에서는 기존 인사 관행을 깨는 최초 사례가 나왔다.
육군 공병 병과 출신인 예민철 소장은 사단장에 보직돼 수십 년간 보병·포병·기갑·정보 병과가 맡아온 사단장 보직의 관행을 깼다. 공군에서는 전투기 후방석 조종사 출신 중 김헌중 소장이 1990년대 이후 처음으로 소장에 진급했다. 해병대 기갑 병과 출신인 박성순 소장 역시 해당 병과 최초로 사단장에 보직됐다. 또한 병 또는 부사관 신분에서 장교로 임관하는 간부사관 출신인 이충희 대령이 해당 제도가 도입된 1996년 이후 최초로 준장으로 진급했다.
한편 곽태신 현 국방비서관이 준장에서 소장으로 진급했고, 국방부 전작권전환 태스크포스(TF)장을 지낸 권흔 준장도 역시 소장으로 계급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국방부는 "헌법과 국민에 대한 충성을 바탕으로 군인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며 사명감이 충만한 군대를 만들 수 있는 우수자 선발에 중점을 뒀다"며 "국민의 군대 재건 기반 마련에 집중할 수 있는 '일하는 인재'를 발탁하기 위해 출신, 병과, 특기 등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영역에서 인재들을 선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