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정부조직법에 따라 이르면 올해 10월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관해 행정안전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 정부의 검찰 제도 개편안에 포함된 것으로 9일 파악됐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은 주말 사이 이런 내용이 포함된 초안의 미세조정을 거쳐 정부 차원의 공소청·중수청 법안을 확정한 뒤 12일 입법예고와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중수청에 대한 행안부 장관의 지휘·감독권은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검찰청법 8조를 중수청 법안에 이식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행안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중수청장을 지휘·감독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수 있다. 현재 행안부 장관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대해 이 같은 권한이 없다.
이 같은 조항은 수사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라는 문제의식에서 포함됐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0일 국무회의에서 “국수본부장이 한번 되면 수사는 아무런 통제도 안 받고 자기 맘대로 하느냐”며 “검찰도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받는데 경찰 수사에 대해서는 이상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원철 법제처장은 “새로 신설되는 중수청의 경우에도 민주적 통제가 필요한 것이고, 그것은 행안부 장관을 통해서 할 수밖에 없는 거로 일단 검토되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행안부 장관이 지휘한 사건의 처리 방침이 공소청 검사의 판단과 다를 경우다. 중수청이 특정 사건에 관해 행안부 장관의 지휘에 따라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더라도, 이론적으로 공소청 검사는 사건 기록을 검토한 뒤 불기소 처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수사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사법적 통제라는 두 가지 명제가 충돌하는 경우 무엇을 따라야 하는지 혼선이 빚어질 수도 있다”며 “행안부 장관이 비법률가인 경우도 논란이 될 수 있어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추진단은 중수청이 수사하는 중대범죄의 범위를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마약, 내란과 외환, 사이버 등 9대 범죄로 잠정 결정했다. 중수청 내 직제는 사법경찰관 신분인 전문수사관으로 일원화하되, 검사가 합류하는 경우 ‘수사사법관’이라는 직책을 부여해 대우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수사사법관에게도 검사의 권한인 영장청구권과 기소권은 부여하지 않을 전망이다.
공소청 법안 초안에는 검사의 직무에서 수사 관련 조항을 들어내고, ‘기타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사항’이란 조문을 추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타 다른 법률’에는 검사의 수사 관련 규정이 포함된 형사소송법도 포함된다. 이에 검찰 제도 개편의 쟁점 중 하나인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유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추진단은 “보완수사권 인정 여부에 대해서는 공소청 법안을 마련한 후 충분한 논의를 거쳐 형소법 개정 과정에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형소법 개정 논의는 이제 시작해야 하는 단계”라고 했다.